자연 속 골프장에서 생긴 동물 해프닝
호셸 코그니전트 클래식서 악어 내쫓아
골프공을 알로 착각한 새까지 등장
‘악어 출몰’. 밀림이나 동물원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에는 골프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리조트 챔피언스 코스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 연출됐다. 빌리 호셸(미국)이 PGA 투어 코그니전트 클래식 1라운드에서 6번 홀을 마친 뒤 7번 홀 티 박스로 이동하던 중, 코스 안으로 들어온 악어를 목격한 것이다. 당시 경비를 맡고 있던 경찰관이 악어를 내쫓으려 애쓰고 있었지만, 악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호셸은 주저 없이 악어에게 다가가, 들고 있던 웨지의 헤드 부분으로 악어의 어깨를 지그시 눌렀다. 그러자 악어는 방향을 틀어 왼쪽 풀숲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호셸은 악어가 풀숲을 가로질러 물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지켜보며 따라갔고, 단 6초 만에 악어를 코스 밖으로 몰아냈다.
PGA 투어 통산 8승을 기록한 호셸은 플로리다대학 골프부 출신이다. 흥미롭게도 플로리다대 운동부의 별명은 ‘악어들’이다. 골프부 선수들도 악어로 불린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이 사건을 두고 "악어가 악어를 이겼다"라고 보도했다.
호셸은 인터뷰에서 "어릴 때 아버지가 악어 꼬리를 잡아 물속으로 밀어 넣는 모습을 자주 봤다"며 웃었다. 이어 "손으로 직접 꼬리를 잡아본 적은 없지만, 몽둥이로 악어를 물속으로 밀어 넣은 경험은 있다.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실 악어는 사람을 두려워한다"며 "짝짓기 기간이나 알을 품고 있을 때만 공격성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플로리다를 비롯한 미국 남부 지역의 골프장에서는 악어가 자주 등장한다. 대부분 코스 옆 연못이나 호수에 서식하다가 가끔 페어웨이로 올라오기도 한다.
2021년 미국 루이지애나주 애번데일의 TPC 루이지애나에서 열린 PGA 투어 취리히 클래식 오브 뉴올리언스 2라운드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2~3m 길이의 악어가 코스 안으로 들어오면서 대회 관계자가 악어를 호수 쪽으로 되돌려 보낸 바 있다.
골프장에서 예상치 못한 야생동물과 마주치는 일은 악어뿐만이 아니다.
어떤 새들은 골프공을 알로 착각해 품기도 하고, 심지어 골프공을 물고 하늘로 날아가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US 여자 오픈에서는 독일의 이지 갑사가 친 공이 그린에 앉아 있던 새를 맞히는 사고가 발생해 안타깝게도 새가 목숨을 잃었다.
이러한 일들은 세계 여러 골프장에서 흔하게 일어난다.
지금 뜨는 뉴스
스리랑카의 로열 콜롬보에선 대형 도마뱀을 쉽게 볼 수 있다. 호주 퀸즐랜드 쿠랄빈에선 캥거루가 필드를 누비고, 호주 케언즈의 파라다이스팜스 골프장은 악어와 도마뱀, 황새 등이 사는 생태 박물관이다. 뉴질랜드의 와이키테에선 양떼, 덴마크의 로열코펜하겐은 사슴이 자주 출몰한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