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선물이 상황 수습 못 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우크라이나 복싱 챔피언의 '챔피언 벨트'까지 들고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1일(현지시간) 미 CNN 등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우크라이나 복싱 영웅'으로 불리는 올렉산드르 우식의 챔피언 벨트를 들고 갔다고 전했다. 올렉산드르 우식은 현 WBC·WBA·WBO 헤비급 통합 챔피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복싱을 좋아한다는 점을 겨냥해 우식의 챔피언 벨트를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자신의 호텔에 마이크 타이슨의 복싱 경기를 유치했고, 2021년에는 UFC 출신의 키토 벨포트와 당시 WBA·WBC·IBC 헤비급 챔피언 타이틀을 보유한 에반더 홀리필드의 경기에서 해설자로 데뷔하기도 한 '복싱 마니아'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분위기는 살얼음판이었다. 전 세계에 생중계된 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무례하다"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휴전 협상을 넘어 확실한 안전 보장을 요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3차 세계대전을 놓고 도박하고 있다", "당신에게는 아무 카드도 없다"라는 등의 말로 쏘아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상회담 당시 벨트를 자신의 오른쪽 뒤편에 놓여있던 테이블 위에 올려두기만 할 뿐이었다. 이와 관련해 CNN은 "두 남자가 대화를 이어갈 때 화려한 금색 벨트는 조명 아래에서 반짝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고 이야기했다. 영국 BBC는 "이 선물도 상황을 수습하진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복싱 팬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제발 저게 복제품이길", "회담 끝났으니 우식에게 돌려줬겠지" 등 아우성을 쏟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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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두 정상은 이날 오찬 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으나, 모두발언에서 설전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모든 일정이 무산됐다. 이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찬도 하지 못한 채 백악관을 떠나야 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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