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헌재 선고 전 결과 공개
"선관위 감사 범위·대상 정립해 나갈 예정"
감사원이 서울선거관리위원회 등 7개 시도선관위 가족·친척채용 청탁을 둘러싼 감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선거관리위원회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감사원은 "현실에 비춰 납득하기 어려우나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선관위에 대해 감사원이 실시한 직무감찰은 헌법에 의해 부여받은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수행에 관한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이어 "선관위에 대해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허용하는 것은 선거관리에 대통령 등 행정부의 영향력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고자 한 헌법개정권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관위는 독립된 헌법기관인데 행정부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선관위를 감찰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감사원이 감찰권이 없는데도 선관위를 감사하는 것은 위헌이며, 감찰 결과 역시 원천 무효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마치 수사권 없는 수사기관이 내놓은 수사결과는 무효여서 공소가 기각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편 감사원은 이날 헌재 선고 직전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등 인력관리실태' 감사결과를 공개하고 선관위 인사담당자들이 다양한 위법·편법적인 방법으로 합격시키거나 특정인을 특혜·배제했다고 밝혔다. 가족·친척채용 청탁과 면접점수 조작·인사 서류 조작 등 다수의 비위를 통해 특혜 채용을 진행한 내용을 적발하고 총 32명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선관위 특혜채용은 주로 경력경쟁채용에서 이뤄졌으며, 2013년 이후 총 167회의 경력채용을 전수점검한 결과 규정 위반은 총 662건에 달했다. 중앙선관위도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한 총 124회의 경력채용에서 규정과 절차를 위반한 사례가 총 216건 확인됐다.
선관위 주요 관계자들은 지역 선관위에 자녀 채용을 청탁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일부는 자녀가 경력채용에 합격해 직접 전입 승인 결정을 하고도 중앙선관위에 알리지 않았다가 자녀 채용 특혜 의혹 보도가 나오고 나서야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지금 뜨는 뉴스
감사원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감사원법의 입법취지와 연혁,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관행, 선관위의 현실에 비춰 납득하기 어려우나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헌재의 판결문 내용과 취지를 면밀하게 검토해 향후 선관위 감사 범위와 대상을 정립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