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의혹' 검찰 수사 흐름 빨라져
오세훈 홍준표 등 명씨 주장 강하게 반박
김건희 여사 수사도 본격화할 듯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변론이 끝나면서 명태균씨 측의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검찰 수사도 빨라지는 흐름이다. 27일 서울중앙지검은 명태균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26일 오전 오세훈 서울시장 관련한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업가 김한정씨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민주당은 어제 법사위를 통과한 '명태균 특검법(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 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27일 본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 '친윤계' '친한계' 구분 없이 단일 대오를 형성하며 반대하고 있다.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재의결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힘에서 8명 정도가 이탈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명씨는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과 관련한 내용을 폭로했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명태균 씨의 이른바 '황금폰'에는 전·현직 국회의원 140여 명의 연락처가 저장돼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어떤 내용이 터져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조기 대선 정국이 열린다면 일종의 '꽃놀이패'를 쥔 형국이다. 오 시장과 홍 시장은 명씨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며 법적 조치를 했다.
명태균씨는 지난 24일 홍 시장이 이준석 의원과 함께 자신을 만났으며, 홍 시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만남도 주선했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과 네 차례나 만났다고 주장하며,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까지 언급했다. 심지어 "장인보다 더 많이 만났다" "하루에 네다섯 번 통화하는 사이였다"는 등의 발언도 했다. 홍 시장의 측근 박 아무개 씨가 대구시장 관련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홍 시장 아들의 고교 동창인 최아무개씨가 4600만원을 들여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 시장은 "그는 사기꾼이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한 번도 명태균씨를 만난 적이 없다. 이른바 '황금폰'에 내 목소리 하나라도 있으면 내놔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또한 여론조사와 관련해서도 "측근이 했던 것이고 나나 캠프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며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홍 시장은 현재까지 명태균씨를 9차례 고소·고발했다.
오세훈 시장 관련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26일 공개된 녹취록에서 명태균씨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배신·배반형인데 오세훈 시장이 그런 형"이라며 "김영선 하나 챙기라고 했는데 안 챙겨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가만히 있어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데" "영감(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대통령 플랜까지 다 만들어 뒀다" "나한테 살려달라고 했다" 등의 발언을 했다.
오 시장 측은 "명태균씨가 오세훈 캠프에서 망신당하고 쫓겨났다는 점을 스스로 자백한 것"이라며 "사기꾼의 거짓말을 증거라고 내놓는 민주당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한정씨가 여론조사 비용 3300만원을 부담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전혀 관계없이 진행된 여론조사"라고 부인했다.
명씨는 왜 계속해서 폭로하는 것일까. 몇 가지 분석이 나온다. 첫째,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민주당 측의 윤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에 적극적으로 협조함으로써 '공익 제보자'로 지정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명태균씨는 최근 변호인을 통해 민주당에 공익 제보자 신청을 했다.
둘째, 김건희 여사 관련 새로운 사실들이 조금씩 나오는 상황에서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의 명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이 조사하지 않을 수 없도록 강제하는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셋째,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준석 의원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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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씨가 주장한 내용과 관련해 진위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현재로서는 명태균씨의 주장일 뿐, 검찰 수사나 다른 검증 과정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녹취록이 공개되고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판단해야 하며 일부 녹취만으로 진실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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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명태균씨를 조사하면서 사건의 실체가 점차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기 대선과 맞물려 명태균씨의 폭로는 앞으로도 정치권의 중요한 이슈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도 명태균씨의 폭로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박수민 기자 soo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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