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루스소셜 25일 게재한 33초 영상
하마스·PLO 등 중동사회 비판 이어져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하마스 관계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한 '가자구상' 영상에 대해 "수치스러운 영상"이라고 비난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하마스가 운영하는 정부 미디어국 국장인 이스마일 알사와브타는 "이 영상과 굴욕적인 내용에서는 현실을 왜곡하고, 침략자의 범죄를 정당화하려는 인종차별적인 식민주의적 인식이 드러났다"면서 "가자지구를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인 것처럼 묘사한 것은 현재 이스라엘이 미국을 등에 업고 자행 중인 '인종 청소'를 정당화하려는 속셈"이라고 규탄했다.
와셀 아부 유수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집행위 위원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영상은 단순한 우스꽝스러운 속임수에 불과하다"며 "리조트도, 중동 리비에라(지중해 휴양도시)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트럼프가 하려는 일은 다른 곳에서 해야 하며, 팔레스타인 국민의 희생을 담보로 해서는 안 된다. 이곳은 우리 조상과 부모들의 땅이며, 이를 지키기 위해 많은 피를 흘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또한 영상 댓글에서 "나는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이긴 하지만 이 영상은 너무나 저급한 취향이다", "당장 삭제해달라"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된 동영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올린 33초 분량 동영상을 올렸다.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담은 해당 영상은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것으로 추정되며,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한다.
영상 전반에 빠른 박자의 배경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가끔 "더 이상 공포는 없다. '트럼프 가자'가 마침내 이곳에 왔다. 트럼프 가자가 밝게 빛난다. 황금빛 미래, 새로운 인생" 등의 가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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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가자 리비에라' 구상을 일방적으로 제시했다가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를 포함한 중동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그는 이달 4일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정상회담 후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주시킨 뒤 '중동의 리비에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나 아랍권 주변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 곳곳에서 일종의 '인종 청소' 구상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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