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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단순히 구매 외뢰만 했다면 밀수입업자로 처벌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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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결과]

밀수품 통관절차를 주도하지 않고 단순히 구매만 의뢰했다면 관세법상 밀수출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13일 문신용품 등의 수입 사업자 A 씨(변호인 법무법인 현담 이진호,한갑수,임혜민,박일규 변호사)에게 관세법 위반 등으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3도1907).

대법 "단순히 구매 외뢰만 했다면 밀수입업자로 처벌할 수 없어" 대법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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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관세법상 밀수출입죄 처벌 대상을 '실질적으로 수입 행위를 한 자'라고 명확히 밝혔다.


[사실관계 및 1, 2심]

A씨는 문신 용품 등을 수입·판매하는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2014년 7월~2015년 8월 중국의 한 업체로부터 약 8700만 원 상당의 문신 용품 9만7000여 점을 네 차례에 걸쳐 수입하면서 이를 통관 목록에 기재하거나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밀수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이 과정에서 구매대업체를 운영하는 B 씨에게 구매대행을 의뢰했는데 B씨는 중국 현지에서 판매자로부터 물품을 구매한 후 국내로 반입해 A 씨에게 배송했다.


1심과 항소심은 "A씨는 밀수품의 수입화주로서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밀수품이 세관에 신고되지 않은 물품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수입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관세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판단(요지)]

하지만 대법원은 관세법에서 정한 '세관장에게 신고하지 아니하고 물품을 수입한 자'는 미신고 물품의 수입화주나 납세의무자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통관절차에 관여하면서 그 과정에서 밀수입 여부에 관한 의사결정 등을 주도적으로 하며 '실질적으로 수입 행위를 한 자'라면서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처벌조항은 행위주체를 ‘세관장에게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물품을 수입한 자’로 정하고 있을 뿐, 수입화주나 납세의무자 등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며 "처벌조항의 주된 취지는 수입 물품에 대한 적정한 통관절차의 이행을 확보하는 데에 있고 관세수입의 확보는 부수적인 목적에 불과하므로 처벌 대상은 '통관에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수입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때 실질적인 수입행위자인지를 판단할 때는 물품의 수입 경위, 실제 수입 내지 통관 절차나 과정에 지배 또는 관여한 방법과 그 정도, 관세의 납부 방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밀수품의 수입화주이더라도 이 사건 처벌조항에서 정한 ‘세관장에게 신고하지 아니하고 물품을 수입한 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피고인이 밀수품의 수입 과정에 실제 관여했거나 밀수입 여부에 관한 의사결정 등을 주도적으로 하며 실질적으로 수입 행위를 한 것인지 여부를 보다 면밀하게 살펴보았어야 함에도 이런 사항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유죄로 판단한 잘못이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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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명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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