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고대사 역사왜곡, 비문 핵심원문 복원
광개토태왕릉비문, 우리말 어순으로 풀어
왜곡된 한중일 고대사의 지형을 새로 바꿀 것인가? 동아시아와 한국 고대사의 난제를 다뤄 게임 체인저가 될 지도 모를 '역작'이 나왔다.
도명스님(범어사 성보박물관 부관장)이 새로운 역사서를 출간한다. 그는 서기 48년 인도에서 온 김수로왕의 비 허왕후의 신혼 길과 한국 불교 초전을 다룬 책 '가야불교 빗장을 열다'의 저자로 유명하다.
한국 고대사 최고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인 광개토태왕릉비와 한일 역사 왜곡의 도구로 늘 악용돼 왔던 진경대사탑비를 수년에 걸쳐 들여다본 작가 도명은 기존 관점과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가야불교를 통해 가야 초기 역사를 탐구하던 중 기존 학계의 통설로 과거 일제가 주장한 ‘가야는 임나’라는 가야 임나설에 의문을 품고 한반도 임나의 3가지 근거 가운데 두 가지인 광개토태왕릉비와 진경대사탑비를 주목했다.
불가에서 선승이 깨달음의 관문인 화두(話頭)를 타파하기 위해 혼신을 다하듯 저자는 지난 수년간 때론 침식까지 잊고 이 문제 해결에 몰두했다. 그는 과거 일제가 상대국의 영토 침략에 앞서 밀정을 미리 보내 그 나라의 역사를 연구하고 조작했다는 사실에 착안한 결과 두 비문을 면밀하게 살폈는데 많은 문제를 포착하고 연구에 착수했다.
작가는 먼저 선행 연구자들의 결과를 낱낱이 분석해 모순점을 찾아냈고 이를 바탕으로 의미 있는 새 결과물을 도출했다. 광개토태왕릉비의 경우 '신묘년 기사'와 '경자년 기사'를 왜곡한 일본 제국주의 참모본부의 능비 변조 목적과 방법 그리고 그 과정 하나하나를 수사관이 범인을 쫓듯 치열하게 추적했다. 그 결과 일제가 변조하고 삭제한 원래의 글자들을 복원해 냈고 이를 바탕으로 당시의 상황에 맞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해석을 주장해 시민사학계와 이에 관심 있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말 어순으로 능비를 해석한 것은 기존과 다른 신선한 시도였다. 또 논란이 있었던 여러 글자를 새롭게 규명했다는 점은 능비 연구의 또 다른 성과다. 그리고 능비 변조를 비롯한 주요 쟁점뿐 아니라 광개토태왕의 왕명(王名) 및 비문의 명칭 문제를 정리했다. 또 작가가 주장하는 태왕의 ‘일본 열도 정벌설’ 등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상당한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탁본을 세밀하게 연구한 결과 흔히 세간의 말처럼 변조가 안됐다는 원석 탁본 또한 일제에 의해 사전에 변조됐다는 주장으로 학계의 파장도 예상된다. 따라서 원석탁본은 실재하지 않으며 만약 존재한다면 밀정 사카와의 쌍구가묵본의 모본(模本)이 되는 탁본으로 작가는 일제가 그 당시 이미 모처 깊숙이 숨긴 것으로 추정한다.
또 작가는 가야 쇠약의 원인이 기존 학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광개토태왕의 남정(南征)이 아니라 장수왕의 남정이며 중립 입장인 가야가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일본 열도로 대거 이동한 것이 그 원인의 하나로 보고 있다. 또 기존 학계의 ‘광개토태왕 남정설’은 임나일본부를 고착하기 위해 일본 관제사학자가 행한 역사공작의 하나라 보고 있다.
'숭신 65년조'에 나오는 ‘北阻海’의 ‘阻(조)’는 통상 ‘막히다’라는 뜻으로 사용되지만, 그는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阻’의 여섯 용례를 통해 ‘막히다’라는 의미보다 ‘거칠다’, ‘험하다’라는 뜻으로 쓰일 가능성에 대해 국내외 사학계 최초로 언급했다.
작가는 임나일본부 한반도 확정의 근거 중 하나인 진경대사탑비 또한 일제가 비문의 해석을 비틀어 역사 왜곡의 희생물이 됐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일제가 비문의 내용에서 읽기를 다르게 하고 명사를 동사·형용사로 품사를 바꾼 결과 비문의 내용이 완전히 변형됐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삼국 통일의 주역 김유신 장군이 진경대사의 선조라는 기존의 학설의 뒤집고 김유신은 대사의 선조 초발성지의 귀순(투항)을 받아준 소중한 인연으로 인해 대사의 탑비에 기록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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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도명은 ‘역사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정견(正見)의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봐야한다고 주장한다. 일제의 역사 왜곡이라는 미망을 걷어내고 두 능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잃어버린 한국 고대사를 되찾을 수 있으며 실추된 한민족의 자긍심을 제대로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영남취재본부 조충현 기자 jch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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