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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복귀와 파면 사이엔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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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찬반대립 속 절충론 등장
자진 사퇴론·임기 단축 개헌론
어설픈 조화 아닌 양자택일 필요

[논단]복귀와 파면 사이엔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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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와 화합을 지향하는 유교 문화는 한국 정치에 아직 남아있다.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접점이 없는 상황에서도 어떡하든 중간지점을 찾아내려 한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탄핵 반대 목소리가 상당히 커졌다. 탄핵 반대 집회 규모나 여론조사 수치가 확인해준다. 그러자 탄핵 반대와 찬성을 절충하는 중용(中庸)의 사고방식이 여지없이 가동되고 있다.


자진 사퇴론은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윤 대통령이 스스로 직에서 물러나라’는 것이다. 탄핵소추에 찬성한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이런 주장을 편다. 자진 사퇴론은 ‘대통령의 즉각 퇴임을 전제로 한 탄핵 기각’ 같은 아이디어도 포함한다. 임기 단축 개헌론은 ‘탄핵 기각 후 윤 대통령이 내년 중반으로 임기를 단축해 지방선거와 분권형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치르자’는 것이다.


자진 사퇴론과 개헌론은 탄핵 찬반의 갈등을 줄이고 양자 간 중재를 꾀하는 접근법이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 조화와 중용의 정치는 문제를 임시방편으로 은폐하는 데에 자주 활용됐다. 중장기적으로 사회 시스템은 더 곪아가곤 했다.


윤 대통령의 업무 복귀와 파면 사이에 중간은 없다. 절충할 수 없는 것을 절충하는 것은 또 다른 더 큰 문제를 낳을 뿐이다. 자진 사퇴론과 관련해, 당사자인 윤석열은 잔여 임기 전체를 포기할 수 있다. 그러나 하야는 외견상 약간의 체면과 명분만 얻는 실질적 굴복이다. 탄핵 반대 시위대의 분노는 윤석열로 향할 것이다. ‘그가 이번 사태의 사회체제변동 성격을 도외시한 채 대통령직을 사적 소유물인 양 내던져 보수를 위기에 빠뜨린다’고 볼 것이기 때문이다.


임기 단축 개헌론의 경우에도, 윤석열은 자기 임기를 대폭 줄이겠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잔여 임기 절반 포기와 전체 포기는 오십보백보에 불과하다. 탄핵 논리에 동조하는 대가로 임기를 일부 연장받아 연명하는 대통령이 나라를 잘 통치할 수 있을까? 임기 단축은 탄핵 반대론자와 찬성론자 모두의 반감을 사게 될 것이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자기네 표현에 따르면, 내란죄 프레임에 속아 대통령 탄핵소추에 동조했다. 헌재의 탄핵 심판에서 내란죄가 제외되는 듯해도 여당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는다. ‘돌아온 반쪽 임기의 식물 대통령’과 ‘판단이 흐리고 분열된 여당’이 압도적 의석의 야당에 맞서 개헌인들 제대로 할 수 있을까? 4년 중임제 원포인트 개헌만 하겠다? 영화 ‘기생충’의 대사처럼, 누구나 계획을 갖고 있고 대다수 계획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여당 의원 여덟이 또 넘어가면 야당은 자기 뜻대로 개헌안도 통과시킬 수 있다. 보수층은 지금껏 당연시해온 국가체제가 기대와 정반대로 바뀌는 것을 고통스럽게 목도하게 될지 모른다. 야당에 의한 일방적 개헌은 진보층에게도 좋지 않다.


복귀와 파면을 절충하는 것은 정당하지도 유익하지도 않다. 이도 저도 안 된다. 사회가 거대한 소용돌이, 블랙홀에 빠져들 수 있다. 어설픈 조화가 아니라 명확한 양자택일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절충 움직임이 보수 정치권에서 나온다. 이 움직임은 ‘탄핵에 반대하면 중도층을 놓친다’는 중도 맹신주의와 연결된다. 자기 확신과 성찰 없이 중도·중간을 쫓는 건 보수정치의 고질병이다.

진보 정치권에선 윤석열의 복귀를 “재앙”(김이수 탄핵소추인단 공동대표)으로 표현한다. 전제조건 없이 탄핵이 기각되면, 재앙으로 느끼는 이들의 감정까지 달래줄 순 없지만, 윤석열은 대통령으로서 다시 기능할 기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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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국립강릉원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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