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코프 美 중동특사 "이번 주 서명 예상"
젤렌스키 "우리는 아마 해야 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동안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사·재정 지원 등을 대가로 요구해 온 5000억달러(약 720조원) 규모의 광물 협정 체결이 이번 주 성사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울며 겨자먹기' 식 협정 체결로 기울고 있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는 23일(현지시간)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상과 관련해 "이번 주 합의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분은 지난주 젤렌스키 대통령이 합의를 망설이는 것을 봤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메시지를 보냈고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그간의 지원을 대가로 희토류 지분의 절반을 미국에 넘기는 내용을 담은 광물 협정 체결을 요구했다. 미국이 제시한 협정문 초안에 우크라이나가 원했던 안보 보장에 대한 내용이 빠지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명을 거부했다. 이에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차단할 수 있는 경고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로 칭하며 맹비난했다.
전날 뉴욕타임스(NYT)가 확보해 보도한 21일 자로 작성된 새 협정문 초안에는 우크라이나가 광물, 가스, 원유 등 천연자원뿐 아니라 항만과 여타 기반 시설에서 창출하는 수입의 절반을 미국에 넘긴다는 내용도 담겼다. 우크라이나 자원 수입은 미국이 100% 지분을 갖는 기금에 투입되고, 우크라이나는 기금 규모가 5000억달러에 이를 때까지 계속 돈을 넣어야 한다는 내용 역시 포함됐다. 하지만 5000억달러는 미국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지원·약속한 금액의 네 배를 넘는 수준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다만 이 초안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명을 거부한 이전 초안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 내용을 구체적으로 포함하지 않았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초안에 미국의 안보 보장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베센트 장관은 "미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현지에 자산이 많을수록, 미국이 우크라이나 경제의 미래 안녕에 두는 이해관계가 클수록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한 안보가 강화된다"며 "난 이를 경제 안보 보장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이어 "협정은 체결될 것"이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렛대를 제공하고 미국이 우크라이나 국민과 진지한 협력관계라는 강력한 신호를 러시아 지도부에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압박에 떠밀리듯 협정 체결로 기우는 분위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침공 3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만약 미국의 조건이 '너희가 협정에 서명하지 않으면 우리는 도와주지 않겠다'란 것이라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며 "우리가 (협정 체결을) 강요받고 그것 없이 할 수 없다면 우리는 아마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저녁 부로 5000억달러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종전 협상 조건으로 요구해 온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시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가져다준다면, 내가 정말 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면 난 준비가 돼 있다"며 "난 그것을 나토와 맞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건이 된다면 난 즉시 물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중 계엄으로 지난해 3월 대선을 연기한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라"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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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의 양자 종전 협상에 "난 그것이 단순한 중재 이상이 되길 정말 원한다"며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이해하길 바라며, 러시아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도록 안보를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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