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츠, 독일 새 총리 맡을 전망
극우정당 2위로 약진
숄츠 총리, 연임 도전 실패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연방의회 총선거에서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올라프 숄츠 총리의 사회민주당(SPD)과 극우 독일대안당(AfD)을 제치고 제1당을 차지할 것이란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공개된 공영 ARD방송이 집계한 이번 조사에서 CDU·CSU 연합의 예상 득표율은 29.0%로 AfD(19.5%), SPD(16.0%)를 크게 따돌렸다. 녹색당은 13.5%, 좌파당 8.5%로 그 뒤를 이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70)는 이날 베를린 당사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2위 AfD의 알리스 바이델 공동 대표(46)는 "지난 선거와 비교해 두 배의 표를 얻었다. 역사적 결과"라고 자찬했다. 반면 AfD에 밀려 3위를 주저앉을 것으로 예측된 SPD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쓰라린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친기업 자유민주당(FDP)은 4.9%, 포퓰리즘 성향의 자라바겐크네히트연합(BSW)은 4.7%로 집계돼 원내 진출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독일 선거법은 정당투표 득표율이 5%를 넘거나 지역구 299곳에서 3명 이상 당선자를 내야 의석을 받는다. FT는 독일의 집권 연합 형태가 친기업 자유민주당을 포함한 소규모 정당이 연방 의회에 진출하는데 필요한 득표기준을 통화하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출구조사 결과는 선거 전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난 각 정당 지지율과 거의 일치한다. 앞서 지난달 22일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이들 정당은 기민·기사연합 30.0%, AfD 20.2%, SPD 15.5%, 녹색당 13.1%, FDP 4.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최종 개표 결과에서 1~3위 정당의 지지율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상 CDU·CSU가 주도하는 정권교체가 확실시된다. 연정 구성에 성공하면 메르츠 대표가 총리를 맡을 전망이다. CDU 출신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2021년 12월 물러난 지 3년여 만에 다시 독일에 중도보수 성향 정권이 들어서는 셈이다.
메르츠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이제 내 앞에 놓인 책임이 막중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또 "세상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면서 어느 당과 손잡을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신속하게 정부를 구성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ARD방송은 이날 오후 7시 기준 전체 630석 가운데 CDU·CSU 연합이 210석을 차지하고 AfD에 145석, SPD 118석, 녹색당 94석, 좌파당에 62석이 가져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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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속히 세를 불리고 있는 AfD는 2021년 총선 때 10.4%의 배에 가까운 득표율로 원내 제2당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AfD가 실제 득표수에서 2위를 차지하더라도 연정 구성에선 배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정 구성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는 기성 정당들이 AfD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어서다. 독일 정당들은 AfD가 민주주의를 해친다며 연정 구성을 비롯한 모든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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