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2일 집행부 해임 총회 가보니
400여명 조합원들 "사업 다시 정상화해야"
압도적 찬성으로 조합장 등 임원 해임안 통과
“이제는 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22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3층. 한산했던 로비가 신가동 주택재개발 조합원들로 가득 찼다. 이날 400여 명의 조합원은 긴장된 표정으로 자리를 채웠다. 한 조합원은 본지에 “오늘이 마지막 기회다. (현 조합장이) 10년을 했으면 바꿀 때도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던 다른 조합원도 거들었다. “현 조합장과 집행부는 2023년 철거 완료 이후 2년 가까이 적정 분양가 문제로 시공사와 갈등을 빚으며 사업을 표류시켰다"며 "대체 시공사 선정도 두 차례 유찰돼 무산됐다. 결국 조합원들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신가 재개발 정상화 추진위원회가 주최한 집행부 해임 총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돼 36분 만에 성원 요건을 충족했다. 마이크를 잡은 사회자가 “조합장과 이사, 감사 해임 건을 상정하겠다”고 선언하자, 회의장 곳곳에서 탄식이 새어 나왔다.
이어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조합원과 현장 투표자까지 총 849명이 참여한 투표가 진행됐다. 조합원들은 한 명씩 차례로 기표소로 향했다. 투표용지를 꽉 쥔 채 깊은 한숨을 내쉬는 이들도 있었다.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조합장 해임안은 찬성 836표, 반대 3표, 기권 10표로 가결됐다. 이사와 감사 해임안도 과반 찬성으로 통과됐다. 발표 순간,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누군가는 손뼉을 쳤고, 누군가는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이날 해임 결정으로 조합은 정관에 따라 이사 중 연장자가 직무대행을 맡는다. 그러나 조합장과 임원이 교체됐다고 해서 곧바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 정상화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2011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신가동 재개발 사업은 총사업비 1조 8,000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지하 3층~지상 29층, 4,718세대(임대 403세대 포함)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2020년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받았지만, 이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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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합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집행부가 어떤 방향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총회를 마치고 회의장을 빠져나오는 조합원들의 표정은 저마다 달랐다. 어떤 이는 후련한 듯했고, 어떤 이는 여전히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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