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이 말하는 개헌
신헌법 개정된 2000년 대통령 임기 시작
대통령 핵심 역할은 외교·안보·국방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은 26일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핀란드의 새로운 헌법이 발효된 2000년 핀란드 공화국 대통령으로서 첫 임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핀란드는 1980년대부터 지속적이고 단계적인 헌법 개정을 경험했다. 그 과정을 통해 강력한 대통령제 국가에서 지금과 같은 의회주의 국가로 거듭났다. 2000년 제정한 신헌법은 대통령 권한을 대폭 줄이고 의회와 총리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할로넨 전 대통령은 "1919년 헌법이 제정된 이후 행정 권한이 포함하는 사안의 범위는 상당히 확대됐으며 행정 권한 중심이 (대통령에서) 정부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할로넨 전 대통령은 2000년 제11대 핀란드 대통령으로 취임한 데 이어 2006년 재선에서 당선되며 연임에 성공했다. 핀란드에서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래 최초의 재선이었다.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 여성 대통령. 국제적인 인기를 얻었던 그는 대통령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아시아경제가 개헌 관련 인터뷰를 요청하자 할로넨 전 대통령은 핀란드의 과거 개헌 사례에 국한해 응답하겠다고 밝혔다. 헬싱키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정치에 입문하기 전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핀란드 개헌의 특징은 할로넨 전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의회주의적 권력 구조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핀란드는 단계적인 개헌을 통해 근본적으로 민주적 거버넌스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할로넨 전 대통령은 "핀란드 헌법에 따르면 행정 권한은 대통령과 정부(총리)에 주어지며 정부는 의회 신임을 받아야 한다"면서 "이러한 원칙은 대통령의 직무, 권한과 관련된 다른 헌법 조항에도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는 1917년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뒤 강력한 대통령제 권력 구조를 가진 이원정부제 국가였다. 대통령이 의회해산권 등 강력한 권한을 갖고 총리 권한을 압도했다.
우르호 케코넨 전 대통령(1956~1981년 재임)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장기 집권에 성공했다. 케코넨 전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과 두 차례 전쟁을 겪었고, 분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을 구사했다. 국내외 정치학자들에 따르면 케코넨 전 대통령이 25년간 장기 집권하면서 정치적 문제가 누적됐다. 과도하게 집중된 대통령 권력과 상대적으로 취약한 의회·내각의 역할이 대비되면서 개헌 논의가 불거졌다.
핀란드 개헌의 출발점은 과도한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리더십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케코넨 전 대통령 후임으로 선출된 마우노 코이비스토 대통령(1982~1994년 재임)은 본격적인 헌법 개혁에 착수했다. 당시 핀란드는 선출된 선거인단 300명을 통해 간접선거로 대통령을 뽑았는데, 이를 폐지하고 국민 직선제를 도입했다. 6년 임기에 대통령 연임은 2회로 제한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무원 수는 축소됐다. 의회 해산 및 조기 선거 요구도 총리의 개시가 있을 때만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1995년 핀란드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대통령과 총리 간 권한이 대폭 조정됐다. 핀란드는 총리가 EU 관련 외교 사안을, 대통령은 EU 외 국가들과의 대외 정책 결정을 주도하도록 조율했다. 일반적으로 이원정부제는 총리는 내치, 대통령은 외치를 맡는다.
할로넨 전 대통령은 "정부는 EU에서 결정될 사항들에 대한 국내 준비를 담당하며 핀란드의 관련 조치를 결정한다"면서 "특정 결정이 의회 비준을 필요로 하는 경우엔 예외적으로 의회를 거친다. 유럽이사회(EC)에서는 핀란드 총리가 국가를 대표한다"고 설명했다.
여러 차례 개헌이 진행되면서도 바뀌지 않은 대통령 권한은 군 통수권이다. 핀란드 대통령은 외교, 안보, 국방 정책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핀란드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엔(UN) 등 비유럽 국가 사이에서 핀란드를 대표한다.
할로넨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검토한 바 있다. 한편으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그의 고향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회담을 하면서 유럽 대륙의 평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할로넨 전 대통령은 "핀란드 외교 정책은 대통령이 정부와 협력해 주도한다"면서 "국제 조약의 체결 및 탈퇴는 헌법에 따라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0년 핀란드는 신헌법 제정을 통해 총리 선출과 정부 구성 권한을 대통령이 아닌 의회로 이양했다. 대통령의 의회 해산권과 법률안 거부권 등을 상당 부분 제약하는 헌법 개정을 시행했다. 이로써 현재의 준의회제적 이원정부제가 완성됐다. 할로넨 전 대통령은 "헌법이 요구하는 정부와의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졌다고 본다"면서 "전반적으로 통합적인 방식으로 업무가 수행됐으며 국가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협력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권한이 축소됐음에도 핀란드 대통령은 여전히 상징적인 존재 이상이다. 지위와 권력을 보장받으며 대내외 정책 수립 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할로넨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미국, 러시아, 중국 국가들과의 우호 관계에 힘써왔다.
튀르키예(터키)의 EU 가입, 중동 평화협상 등 각종 외교 현안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할로넨 전 대통령에 이어 취임한 사울리 니니스토 전 대통령은 이러한 역사적 관계를 바탕으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하자 국제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수행했다. 2018년 니니스토 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 간 첫 공식회담인 ‘헬싱키 정상회담’을 중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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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대통령은 중앙은행장을 비롯해 여전히 일부 고위공직자 임명권을 갖고 있으며 군 통수권, 특별사면권도 행사한다. 할로넨 전 대통령은 "핀란드 대통령의 핵심 역할은 외교, 안보, 국방 정책을 담당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분야에서는 정부 주요 기관 간의 효과적이고 원활한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핀란드 대통령은 국민 직접 투표로 선출된다"며 "이는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는 데 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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