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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선 열광하는 '중증외상센터'…현실은 의사들도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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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의 사고로 피투성이가 된 채 실려 오는 환자,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촌각을 다투며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의사들, 대형 사고로 많은 환자가 밀려들어 오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소수의 의료진이 일사불란하게 환자를 분류하고 처치하는 모습….

하지만 권역외상센터 설립 초반까지만 해도 센터별로 필요한 전문의 23~27명을 모두 채웠던 반면, 시간이 지나 업무 강도 대비 보상이 낮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점차 인력난이 심각해졌다.

지난해 8월 기준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 가운데 전담전문의를 20명 이상 확보한 곳은 경기 남부지역의 아주대병원 한 곳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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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중증외상센터] 외상학 세부전문의 380명 넘지만 절반만 근무중
업무강도 대비 처우 부족…인력난 가중 '악순환'

불의의 사고로 피투성이가 된 채 실려 오는 환자,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촌각을 다투며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의사들, 대형 사고로 많은 환자가 밀려들어 오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소수의 의료진이 일사불란하게 환자를 분류하고 처치하는 모습…. 넷플릭스 웹소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가 묘사하는 외상외과 전문의들의 고군분투는 여전히 열악한 현실 속 중증외상센터의 악전고투를 돌아보게 만든다. 드라마의 주인공 '백강혁' 같은 슈퍼히어로 외상전문의는 실재하기 어렵고, 그런 모습에 감동해 기꺼이 중증외상센터 근무를 자처하는 후배 의사를 찾아보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해마다 중증외상 전담을 포기하는 전문의가 늘고 있다. 2011년 이국종 아주대학교 외상외과 교수가 '아덴만 여명 작전' 중 중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면서 중증외상 분야를 전 국민에게 각인시키고 외상외과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나 그때뿐이었다. 만성적인 인력난과 강도 높은 근무시간, 의료사고 위험 등으로 외상외과가 기피과로 인식되면서 지역마다 설치된 권역외상센터마저 제 역할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에선 열광하는 '중증외상센터'…현실은 의사들도 외면 최근 방영 중인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서 주인공 백강혁 교수(주지훈 분)가 환자를 살리기 위해 헬기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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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전문 수련 마치고도 대부분 중도 포기

17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외상학회에 따르면 지난 8일 치러진 외상학 세부전문의 시험에 전문의 13명이 지원해 모두 합격했다. 외상학 세부전문의는 외과나 신경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등 외상 관련 전문의가 전국 지정 수련병원 27곳에서 외상학을 2년간 추가로 수련한 뒤 평가를 거쳐 자격을 얻게 된다. 2010년 이후 외상학 세부전문의는 한 해 평균 25~26명 배출돼 지난해까지 총 371명에 달했다.


하지만 2025년 2월 현재 의료 현장에서 외상 전담 전문의로 근무 중인 의사는 약 188명, 전국적으로 200명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규 지원자는 줄어드는 반면 기존에 외상학 세부전문의 자격을 따고도 포기하는 의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외상학 세부전문의 자격은 한 번 취득한 후에도 5년마다 갱신해야 하는데 올해는 전체 갱신 대상자 중 20.7%만이 지원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드라마에선 열광하는 '중증외상센터'…현실은 의사들도 외면
드라마에선 열광하는 '중증외상센터'…현실은 의사들도 외면

이탈이 발생하는 이유는 고된 근무 여건에 비해 보상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지원하는 '권역외상센터 전담전문의'의 인건비는 지난해 1억4400만원에서 올해 1억6000만원으로 인상됐지만 여전히 전체 전문의의 평균 연봉 2억3600만원(2020년 기준)에 못 미치고 있다. 병원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외상외과는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료진에 대한 처우나 지원이 충분하지 않고, 인력이 부족한 병원일수록 남아있는 의료진이 더 많이 일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병원 내에서 외상외과에 대한 이해나 지원이 부족해 나타나는 문제도 있다. 외상센터의 경우 언제 갑자기 발생할지 모르는 중증외상 환자를 위해 별도의 공간을 반드시 비워둬야 한다.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환자 수도 제한적이지만 당장 중증외상센터의 베드(침대)가 비어있다고 상대적으로 경증환자를 받게 되면 정작 위급한 환자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없게 된다. 외상센터의 특성상 환자가 전혀 없을 때도 있고, 환자가 한꺼번에 몰릴 때도 있지만 일부 병원 경영진들은 이런 응급의료의 특성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한 지역 권역외상센터의 한 의사는 "드라마에서처럼 병원장이 외상센터의 적자나 실적을 대놓고 질책하는 일은 드물지만 인력 충원이나 중환자실 부족 문제를 호소하면 매번 '어쩔 수 없지 않으냐'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라며 무책임하게 반응해 더 이상 이야기조차 꺼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드라마에선 열광하는 '중증외상센터'…현실은 의사들도 외면
지역 응급의료 책임 못 지는 권역외상센터 속출

2014년부터 전국 각 지역을 책임지는 권역외상센터가 지정된 이후 우리나라의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2011년 35.2%에서 2021년 13.9%까지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권역의료센터란 교통사고나 추락 등에 의한 다발성 골절, 출혈 등을 동반한 중증외상 환자가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이 가능하고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된 외상 전용 치료센터를 말한다. 외상으로 인한 전체 사망자 중 적절한 시간 내에 적정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다면 생존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자의 비율이 크게 줄었다는 것은 외상센터에 충분한 시설과 장비, 인력이 확보된다면 얼마든지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권역외상센터 설립 초반까지만 해도 센터별로 필요한 전문의 23~27명을 모두 채웠던 반면, 시간이 지나 업무 강도 대비 보상이 낮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점차 인력난이 심각해졌다. 지난해 8월 기준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 가운데 전담전문의를 20명 이상 확보한 곳은 경기 남부지역의 아주대병원 한 곳뿐이다. 일부 외상센터의 경우 4~5명의 의사가 거의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간신히 명맥을 유지해 왔으나 그마저도 의·정 갈등의 여파로 더 이상 버티지 못하면서 현재는 정상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권역외상센터 운영에 필요한 의료인력 규정을 맞추지 못하면 당초 약속한 정부 지원금도 삭감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전국 모든 권역외상센터에 일률적인 정부 예산을 투입하기보단 역량이 우수한 센터를 선별해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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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선 열광하는 '중증외상센터'…현실은 의사들도 외면

조항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의정부성모병원 외상센터장)은 "권역외상센터가 제 역할을 하려면 더 많은 의사를 확보해 안정적인 시스템하에 움직여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환경에선 어렵다"며 "더 고되게 일하는 만큼 의사들이 권역외상센터 근무를 선택할 다양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아람 복지부 재난의료정책과장은 "현재 연구 용역을 통해 각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차등 지원이나 퇴출 기준 등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권역외상센터가 지역 응급의료를 책임지는 거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특정 지역의 외상센터 운영을 중단하는 것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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