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숙 회장 대표이사 선임
경영정상화·신약개발 집중할듯
내년 출시 비만 신약 등
1년간 이어져 온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마침표가 찍혔다. 그룹은 분쟁 기간 혼선을 빚은 경영 정상화에 집중하며 신약 파이프라인 강화에 올인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전날 오전 이사회에서 임종훈 전 한미사이언스 대표의 사임 안건을 의결하고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그간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의 배우자인 송 회장과 딸인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 등 '모녀측'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전 대표 등 '형제측'은 상속세 문제 해결과 지배구조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며 대립해왔다. 임종훈 전 대표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경영권 분쟁은 모녀 측의 승리로 끝맺게 됐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 1월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면서 촉발됐다.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배우자인 송 회장과 딸 임주현 부회장 등 모녀 측이 상속세 문제 해결과 사업 협력을 위해 통합을 추진했던 것인데 형제 측은 이에 반대했다. 결국 당시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 이사진이 과반을 차지하면서 통합은 무산됐다. 이후 갈등은 이어졌고 모녀 측은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많이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 등과 연합했다. 이 과정에서 상속세 문제는 해결하게 됐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지난 7월 신동국 회장과 주식매매계약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6.5%를 1644억 원에 매각하면서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상속세 납부를 위한 다른 그룹과의 통합 추진은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
당분간 한미약품그룹은 경영 정상화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분쟁이 종결된 이후 송 회장, 임 전 대표 등은 경영 정상화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그룹 조직을 재정비해 안정시키고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매진할 예정이라고 회사는 전했다. 임종훈 전 대표도 "오늘 대표직에서 사임한다"며 "창업주 가족 일원으로서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는 더 발전된 거버넌스(지배구조) 체제에 대해서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이후 공식적으로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부침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매출 1조4955억원(전년비 0.3% 증가), 영업이익은 2% 감소한 216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회사는 비만약 등 신약 파이프라인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룹의 강점인 신약 개발 능력을 강화하고 상용화까지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한미약품은 비만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출시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긴 내년 하반기로 계획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이 추진중인 비만신약 프로젝트 'H.O.P'의 첫번째 주자로 상용화를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 연매출 1000억원, 점유율 50% 이상을 목표로 설정했다. 위고비, 삭센다 등 기존 비만약을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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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만 신약은 위고비와 마찬가지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로 체중 감량 효과뿐만 아니라,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중에서 가장 우수한 심혈관 및 신장 보호 효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1월 '2024 한미약품 이노베이션 데이'를 통해 10년 내 매출액 5조원, 영업이익 1조원 달성으로 글로벌 매출 50위권 안에 드는 톱티어(Top-tier)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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