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인 행동에 학교서 휴직 권고
'학교는 안전하다'는 생각 금 가
"앞으로 어떻게 아이를 믿고 맡기나"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이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개학을 앞둔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가장 안전해야 할 교실에서 학생 안전을 책임지는 교사가 저지른 일이라는 점 때문에 충격이 크다.
11일 교육당국과 소방당국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해당 학교는 겨울 방학을 마치고 지난주 개학해 오는 14일 봄방학에 들어가기까지 나머지 학사 일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학교 정규 수업이 끝나도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은 2층 돌봄교실에 머물렀다. 피해자 A양도 수업 후에는 4시20분까지 돌봄교실에 있다가 1층에 학원 차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으면 내려가 4시30분께 학원에 가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날 시간이 다 됐는데도 학원에 도착했어야 할 A양은 오지 않았고, 학원 연락을 받은 부모가 오후 5시20분께 실종신고를 했다. 학교 측에선 오후 5시50분께 건물 2층 시청각실에 사람이 갇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A양은 학교 시청각실에 40대 여교사 B씨와 함께 쓰러져 있었다. 교사는 목과 손목 부위를 다쳤지만 의식이 있는 상태였고, A양은 이미 의식이 없었다. B씨는 본인이 한 일이라고 자백한 상태다. 이 학교 2학년 담임인 그는 우울증 등으로 휴직했다가 작년 말 복직했다고 한다.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윤모씨(42)는 "비슷한 또래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말문이 막힌다"며 "유족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현장의 소리를 일부 들었다고 했는데, 나도 앱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해당 앱은 아이와 연락이 되지 않을 때 주변 소리를 듣고, 혹시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게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1년에 2만원 이상 구독료를 내야 하는 유료 앱이지만 현재 5000만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학교 시청각실에서 교사 B씨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A양의 친할머니였다. 손녀가 학원에 오지 않았다는 얘기에 경찰과 함께 학교로 손녀를 찾으러 나섰고, 이곳에서 B씨를 발견했다. 시청각실은 돌봄교실 옆에 있는데 교사 B씨 머리맡에는 손녀 가방이 있었다. 할머니는 이를 보고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다고 한다. 대전 서구에서 손주를 키우고 있는 허모씨(66)는 "손녀가 실종됐다는 얘기에 곧장 학교로 달려가 아들과 통화하면서 실시간으로 손녀 상태를 전했을 할머니 얘기를 들으니, 남 얘기 같지 않다. 유족의 무너지는 심정이 느껴져 더욱 마음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는 당연히 안전할 것이란 생각에 믿고 맡기는 것인데, 학교도 못 믿으면 앞으로 어디를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겠나"고 했다.
A양 유족은 "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렸을 텐데 바로 옆 돌봄교사는 무엇을 했냐"라고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날 A양 아버지는 취재진을 향해 "제일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라며 "학교 측에 강력하게 책임을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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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교사 B씨는 지난 6일 동료 교사의 팔을 꺾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보인 적이 있었으며, 이후 학교는 휴직을 권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대전시교육청에도 이 문제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지만 시교육청은 같은 병력으로는 추가 휴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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