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광분해 화학반응 전이상태(Transition-State)의 분자구조 변화를 분광학 기법으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분광학 기법은 빛과 분자의 상호작용으로 양자역학적 분자구조를 알아낼 수 있게 한다.
기존에도 펨토화학(199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즈웨일 교수가 창출)을 통해 화학반응 중 일어나는 분자구조 변화를 실시간 관측하는 것은 가능했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에너지에 따른 전이상태의 분자구조 변화를 직접 관측한 것은 매우 드물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KAIST는 화학과 김상규 교수 연구팀이 화학반응의 전이상태 구조를 실험적으로 밝히는 데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전이상태는 화학반응 속도론이 개발되면서 핵심으로 자리 잡은 개념이다. 전이상태 이론에서는 반응물과 생성물 중간에 위치한 전이상태의 분자구조 및 동역학적 특성에 따른 반응속도와 생성물의 상대적 수율 그리고 에너지 분포 등이 결정된다.
전이상태 이론은 지난 1세기 동안 모든 환경에 연소, 유기, 생화학 반응 등 분야에서 폭넓게 응용돼 온 가장 보편적인 반응속도론이다.
하지만 전이상태는 펨토초(10-15 second)보다 짧은 시간에만 존재해 전이상태를 실험적으로 직접 관찰하는 것은 난제로 남았다.
연구팀이 분광학적 기법으로 분자가 전이상태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구조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한 것은 세계 첫 사례로, 연구 결과에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연구팀은 분광학 기법으로 측정한 전이상태 분자구조에서 관찰된 반응속도의 급격한 변화를 통해 분자구조와 화학 반응성 간 상관관계도 증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사업 및 기초과학 4.0 중점연구소(자연과학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김정길 박사(제1 저자), 강민석 박사과정 학생, 윤준호 박사(現 LG화학)가 공동 저자로 지난달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대표적 연구 성과로 발표됐다.
또 이례적으로 분광학 분야 최고 권위자인 MIT의 로버트 필드(Robert Field) 교수와 이스라엘 벤구리온 대학 바라밴(Baraban) 교수가 공동작성한 하이라이트 커멘트(Nature Communications)에서 이번 연구 결과가 가지는 독창성과 시사성, 중요성 그리고 실험물리화학 분야에서의 향후 임팩트가 강조됐다.
김 교수는 “분자 화학반응에서 전이상태로 접근할 때 급격히 변화하는 분자구조를 분광학 및 반응동역학 기법으로 밝힌 것은 첫 사례로, 향후 많은 이론과 실험적 연구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무엇보다 전이상태 구조는 특정 화학반응을 선택적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고효율 촉매 설계에 가장 근원적인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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