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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실크로드를 가득 메운 매혹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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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처럼 나라 이름이 스탄’(~의 땅이란 의미)으로 끝나는 곳이 많은 중앙아시아. 러시아문학을 전공한 연극 평론가인 저자는 옛 실크로드 중심지였던 ‘그 땅’(중앙아시아)을 직접 찾아 길어낸 12가지 이야기를 전한다. 튀르크와 몽골의 유목문화, 페르시아와 아랍의 이슬람 문화, 러시아 제국과 소비에트 체제의 문화유산이 녹아있는 중앙아시아의 다채로운 면모를 여러 도시와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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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실크로드를 가득 메운 매혹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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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중앙아시아는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의 중심지였다. 사막을 따라 길게 이어진 상인들의 낙타 행렬에는 진귀하고 값진 물건들뿐만 아니라 머나먼 땅에서 전해지는 기이한 이야기들과 새로운 소식들이 함께 실려서 동서로 흘러갔다. 먼 길을 떠난 상인들이 하룻밤 쉬어 가던 카라반사라이는 다양한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들과 소소한 정보가 오가는 이야기의 장(場)이기도 했다. 자연스레 이곳에는 온갖 지역에서 전해진 이야기들이 쌓였고, 입담 좋은 이야기꾼들이 끊임없이 배출되었다.(8~9쪽)

알마티의 아바이 동상부터 타슈켄트의 나보이 문학박물관에 이르기까지, 중앙아시아의 위대한 작가와 관련된 곳을 지날 때마다 생면부지의 이름들을 마주하면서 새삼 나의 무지를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이것이야말로 이번 방문에서 중요한 성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 그러니까 이전에는 너무 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48~49쪽)

이처럼 『탬벌레인 대왕』은 아미르 티무르를 모델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티무르에 대한 역사적 전기라기보다는 그에 대한 당대 유럽인들의 이중적인 시선과 모순된 욕망을 읽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문학으로 새로 쓰인 역사 속 인물들은 늘 그들이 살아간 시대가 아니라, 그들을 소환한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새삼, 문학을 쓰고 읽는 것은 언제나 우리 자신을 비추는 작업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109쪽)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하얀 황금’이라 불리며 전 세계 자본가들의 열망을 부추겼던 중앙아시아의 목화는 당대 내로라하는 강대국들이 모두 탐내던 보물이었고, 그로 인해 이 지역은 거대한 제국들이 경합하는 무대가 되었다. 당시 이 지역을 가장 절실하게, 그리고 강력하게 탐냈던 나라는 대영 제국과 러시아 제국이었는데, 두 나라 사이의 오래고도 치열했던 중앙아시아 쟁탈전을 후세는 ‘그레이트 게임’이라 불렀다.(111~112쪽)

이렇게 셀 수 없이 많은 학자가 태어나 활약했던 중앙아시아는 진정 지혜의 땅이자 학문의 땅이라 할 수 있다. 동서양의 교차로로서 이슬람 문명권과 유럽 문화권의 학문을 잇고 고대 그리스의 지적 유산을 근대로 계승함으로써, 이 지역은 지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두 세계를 연결하는 위대한 고리가 되었다. 한편, 중앙아시아의 위대한 학자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수학, 철학, 천문, 지리, 역사, 언어 등 다양한 영역을 폭넓게 공부하고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업적을 남긴 ‘전방위적 지식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223쪽)

중앙아시아, 막이 오른다 | 김주연 지음 | 파롤앤 | 280쪽 | 2만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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