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거시 미디어는 유튜브와의 경쟁에서 졌다. 애초부터 어려운 승부였다. 경쟁의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고 결과는 판정패가 아니라 KO에 가깝다. 상황이 역전되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시사, 정치를 앞세운 유튜브 방송을 언론으로 볼 것인가 아닌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레거시 미디어는 여전히 언론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시사 유튜브 방송은 뉴스 보도에서 평론까지 언론의 모든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하지 않는 사람은 유튜브가 저널리즘 매체라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지난달 언론중재위원회는 '유튜브 저널리즘과 인격권 침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현재의 뉴스 소비 행태에 대해 "레거시 미디어는 유튜브가 언론이냐고 묻고 있고, 유튜브로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유튜브가 언론이 아니라면 무엇이 언론인가 되묻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유튜브 규제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유 교수는 “유튜브 규제를 위해 EU의 디지털서비스법, 독일의 네트워크집행법 등이 논의되지만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법이 필요하다. 아무런 규제가 없는 현재 상황이 계속되면 나중에는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5년 파리에서 벌어진 테러로 130명이 사망하는 비극을 겪은 프랑스는 허위 정보나 혐오, 테러리즘이 퍼지는 것을 법으로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정보조작 대처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가짜뉴스를 즉시 삭제할 수 있도록 판사에게 권한을 부여했다. 2020년에는 ‘인터넷 혐오 표현 금지법’을 제정해 소셜미디어에서 혐오, 차별이 명백한 게시물은 24시간 안에 삭제해야 한다. 프랑스의 사례는 표현의 자유로 품을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보여준다.
이 글을 쓰기 위해 ‘광화문 천만 동원을 위한 5대 유튜브 특별 생방송’을 보는 마음은 참담하다. ‘대통령이 사냥당한 날’이라는 컷을 달고 1시간 35분 56초 동안 방송된 영상을 끝까지 보는 데는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했다. 16일 업로드된 이 영상은 종북 좌파로 인해 국가가 망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영상은 다른 극우 유튜브 방송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뉴스를 유튜브로 소비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뉴스에 대한 신뢰성과 대중성이 혼동될 가능성은 커진다. 팩트와 가짜뉴스를 뒤섞어 조회수를 올리고, 수익을 창출하는 행위를 저널리즘으로 볼 수는 없다.
언론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는 만큼 책임을 묻는 법적 의무가 있고, 그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면 책임을 묻는 언론중재법이 있다. 그러나 동영상 플랫폼은 언론중재법상 언론사가 아니기 때문에 유튜브 채널은 이 최소한의 장치에서도 예외다. 제재받지 않는 극우 유튜버들은 ‘게임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 입버릇처럼 자유민주주의를 말하지만, 그들은 민주주의를 한계를 시험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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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모든 의견을 존중하지만 민주주의 자체를 흔드는 언어와 행위까지 눈감아줄 수는 없다. 이제는 미디어 역할을 하는 동영상 플랫폼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만큼 상응하는 법적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 이것은 좌파냐 우파냐,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니다. 상식과 몰상식, 공정과 불공정, 염치와 파렴치, 개념과 무개념의 문제다.
임훈구 편집부문 매니징에디터 keygri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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