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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비서'라더니 말 걸었다가 열불만 터지네[AI오답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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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실패를 살펴보는 것은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AI오답노트'는 AI와 관련한 제품과 서비스, 기업, 인물의 실패 사례를 탐구합니다.

아마존 에코만이 아니라, 모든 AI스피커가 그렇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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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AI스피커, 거실 장악하며 기대 듬뿍
엉뚱한 대답, 실행에 소비자 불만 누적
아마존, 수조원대에 달하는 손실 기록
LLM 기반한 AI 음성 진화, 부활 기대도

편집자주실패를 살펴보는 것은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AI오답노트'는 AI와 관련한 제품과 서비스, 기업, 인물의 실패 사례를 탐구합니다.
'만능비서'라더니 말 걸었다가 열불만 터지네[AI오답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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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어느 저녁.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소파에 편히 앉아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습니다. 거실 테이블에는 구글의 인공지능(AI) 스피커 구글 홈이 자리를 잡고 있죠. 그런데 갑자기, AI스피커가 저절로 켜지더니 엉뚱한 소리를 쏟아냅니다.


“와퍼는 잘 익힌 100% 소고기 패티에 토마토와 양파 등이 들어간 햄버거입니다.”


버거킹의 대표 햄버거 ‘와퍼’에 대한 설명이 난데없이 집안에 울려퍼진 겁니다. 이는 버거킹의 기발한(?) 광고 때문이었습니다.


버거킹은 새 광고를 미국 전역에 방영했습니다. 와퍼를 손에 든 매장 직원이 “15초 광고만으로는 와퍼가 얼마나 훌륭한지 설명할 수 없어”라고 말합니다. 이어 화면 앞으로 바짝 붙더니 이렇게 말합니다. “오케이(OK) 구글, 와퍼버거가 뭐야?”


'만능비서'라더니 말 걸었다가 열불만 터지네[AI오답노트] 실제로 방영된 버거킹의 광고 영상 중 한 장면. 유튜브 캡처

구글의 AI스피커 구글홈(Google Home)은 “OK 구글”이라는 말에 반응합니다. 어떤 명령을 하려면 ‘OK 구글’이라는 말을 먼저 해서, 잠자는 기기를 깨워야 합니다. 가령 내일 날씨가 궁금하다면 “OK구글, 내일 날씨 알려줘”라고 해야하죠. 모든 AI 기기가 이런 식으로 작동합니다. 각 서비스·기기마다 호출어를 갖고 있죠. 삼성전자는 “하이 빅스비”, 애플은 “시리야”, 아마존은 “알렉사” 등이죠.


버거킹은 AI스피커의 이러한 특성을 역이용한 것이었습니다. 자사 상품 광고를 위해 AI스피커의 약점을 이용했던 것이죠. 광고에서 나오는 호출어(오케이 구글)와 그 뒤에 나오는 음성을 주인의 명령으로 알아듣고 대답을 한 거죠. 위 대답은 온라인 사전 위키피디아의 첫 줄에 나온 내용을 읊은 것이었습니다.


버거킹은 스스로 ‘기발했다’고 평가했을지 모르지만, 소비자들은 버거킹에 역정을 냈습니다. 미국 매체 포브스는 이번 소동을 두고 “구글홈 하이재킹(납치)사건”이라고 부르면서 “버거킹의 이번 광고는 너무 했다”고 했습니다.


AI스피커는 ‘만능비서’라는 별칭과 함께 화려하게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죠. 버거킹의 구글홈 납치사건은 AI스피커가 겪은 실패의 작은 부분에 불과했습니다. 그 많던 AI스피커는 어디로 갔을까요? AI스피커는 왜 실패했을까요?


"저가에 팔고 소모품으로 벌자" 면도기 '질레트' 전략으로 확산
'만능비서'라더니 말 걸었다가 열불만 터지네[AI오답노트] AI스피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의 모습을 챗GPT로 묘사한 이미지 DALL E·3

AI스피커란, AI 기반 음성인식을 활용해 음악 감상, 정보 검색, 일정 관리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기를 말합니다. 영미권에서는 스마트스피커(Smart Speaker)라고 합니다. ‘최초의 AI스피커’가 무엇인지를 놓고는 저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아마존이 2014년 출시한 아마존 에코(Amazon Echo)를 꼽습니다. 아마존 에코가 등장한 이후 구글, 삼성,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KT 등 국내외 다수의 대기업이 앞다퉈 시장에 들어왔죠.


AI스피커는 스마트폰과 함께 미래를 지배할 혁신적인 디바이스(기기)로 점쳐졌습니다. 시장 규모 또한 2017년 2946억원에서 2025년 1조87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됐죠. ‘만능비서’ AI스피커는 각 기업의 매출 전망도 장밋빛으로 바꿔놨습니다.


아마존은 에코를 출시하면서 면도기 ‘질레트(Gillette)’ 사업 모델을 참고했습니다. 기본 제품(면도기)를 저가 또는 원가 이하에 판매하고 소모품(면도날)을 통해 수익을 내는 전략이죠.


아마존은 이 모델에 따라, 에코를 아주 싸게 판매했습니다. 그러면 소비자들이 음성으로 물건을 주문하고, 아마존의 다른 서비스도 이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죠.


"왜 내 말을 못 알아먹니" 만능비서에서 '짜증비서'로
'만능비서'라더니 말 걸었다가 열불만 터지네[AI오답노트]

그러나 에코를 통한 상품 구매는 거의 없었습니다. 에코 이용자 대부분은 날씨 확인, 알람 설정 등 간단한 명령과 기능만 썼습니다. 미국 경제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해 입수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에코 등 기기를 담당하는 아마존의 부서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250억달러(약 4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실패의 원인은 다양했습니다. 우선 제품의 실용성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복잡한 대화는 불가능했고, 단순한 명령어 수준의 기능만 제대로 작동했습니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도 생겨났습니다. 24시간 켜져 있는 기기가 주변의 대화를 수집할 거란 소문이 돌았죠.


‘기대 불일치 이론’으로도 설명됩니다. 소비자 만족도가 사전 기대와 실제 결과의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는 이론인데요. AI 스피커의 경우, 기업들의 적극적 마케팅과 SF적 상상이 가미돼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매우 높았습니다. 그러나 실제 성능은 그렇지 않았죠.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구매해 달라고 알림을 한다거나, 가끔 명령을 알아듣지 못했죠. 거실 TV를 꺼달라고 했는데, 거실 전등을 끄기도 하고요. 이런 오작동이 반복되면, 이용자는 음성 명령을 신뢰하지 않게 됩니다. 결과를 예상할 수 없는 명령을 하기보단, 본인이 직접 하게 되죠. 음성 명령으로 시간을 아끼려다 시간을 더 낭비하게 되는 상황은 용납할 수 없죠.


잔뜩 기대를 받고 집으로 들여온 ‘만능비서’는 그렇게 ‘짜증나는 비서’로 변해갔습니다. 아마존 에코만이 아니라, 모든 AI스피커가 그렇게 됐죠. 거실 한가운데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던 AI 스피커들은 서랍으로 들어갔습니다.


AI스피커의 부활 : 보이스 에이전트의 미래
'만능비서'라더니 말 걸었다가 열불만 터지네[AI오답노트]

AI 스피커를 다시 꺼낼 일이 올까요? 일단 반전의 계기는 생겼습니다.


챗(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의 등장입니다. 음성 인식 기술이 LLM(대규모 언어 모델)과 결합하면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습니다.


과거 AI 스피커가 정해진 명령어만 인식하고 단순 응답만 가능했다면, LLM 기반 음성인식에서는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합니다. 이전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고, 모호한 표현도 파악할 수 있죠. 오류가 발생해도 사용자와 대화하며 의도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일도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예전 음성 인식기술은 표준 발음만 인식했다면, 이제는 원어민(네이티브)가 아닌 사람들의 발음이나 지역색이 있는 발음에 대한 인식률도 크게 개선됐죠.


획기적으로 개선된 음성 인식 기술은 아마존의 전략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자사의 AI 음성 비서 알렉사(Alexa)에 타사의 AI 모델을 탑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앤스로픽(Anthropic)의 AI 모델 클로드(Claude)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합니다.


클로드나 챗GPT 등의 음성인식 모델을 이용해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 성능에 감탄을 감추지 못합니다. 내 명령을 척척 알아듣고 응답해주는 ‘만능비서’가 정말 멀지 않은 일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AI스피커가 이정도 음성 인식 기능을 갖추게 된다면, AI스피커의 부활은 시간문제일 겁니다.


'만능비서'는 다른 모습으로 올 수 있다
'만능비서'라더니 말 걸었다가 열불만 터지네[AI오답노트]

흥미로운 점은 또 있습니다. 진화한 음성 인식 기술이 반드시 '스피커'의 형태로 구현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죠. 여러분은 이미 음성 비서를 본인 손에 쥐고 계십니다. 바로 스마트폰에 AI 비서가 탑재돼 있죠. 삼성 갤럭시 사용자들은 빅스비, 애플 아이폰 사용자들은 시리를 AI 비서로 이용하죠. AI 비서가 AI 스피커의 형태로 고정돼 있을 필요가 없는 거죠.


더 나아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디바이스 출현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안경 형태의 디바이스는 어떨까요? 애플, 메타 등이 관련 제품을 이미 출시했죠. 시각 정보와 음성 대화를 결합하면 더욱 혁신적인 비서가 될 수 있겠죠.


차세대 AI 음성 비서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습니다. 24시간 음성을 수집하는 디바이스에 대한 프라이버시 우려는 여전합니다. 대화 인식 및 처리, 구동을 위한 높은 처리 비용은 과제입니다. 실시간 응답 속도 개선도 숙제입니다. 아무리 똑똑해도, 사람보다 아주 느리다면 대중적 인기를 얻기는 힘들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명확한 수익 모델을 갖추는 것입니다. 아무리 소비자에게 편리한 서비스라도, 돈을 벌 수 없다면 기업은 그 서비스를 유지할 이유를 찾기 힘들 겁니다. 그 기업이 자원봉사단체가 아니라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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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것은 ‘가짜 만능비서’가 ‘진짜 비서’로 변신할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AI 스피커의 실패와 한계는 LLM이 상당 부분 해결해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디바이스와의 결합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진정한 의미의 ‘만능비서’가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모습은 이전의 AI스피커와 다를 수 있겠지만요.

다음 연재 예고
(14) AI무당이시여, 올해 내 팔자를 알려줘 (01.25)
(15) 데이터가 ‘원유’라는 생각 (02.01)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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