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부터 아침까지 340건
황당 계엄령 선포에 국민 불안
애꿎은 상담원들만 거듭 사과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가운데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정부민원안내콜센터(국민콜110)로 수백 건의 상담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확인됐다. 느닷없는 계엄령 선포와 무장한 계엄군의 국회 침탈에 전 국민이 공포에 휩싸였던 탓이다.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일 오후 10시부터 4일 오전 9시까지 국민콜110 계엄 상담 건수는 340건으로 집계됐다. 문의 내역별로는 비상계엄령 선포 시 국민 행동 요령, 해외여행 및 출입국 가능 여부 확인, 통행 제한 문의, 휴교령 및 출근 가능 확인, 전역이 연기되는지 문의, 계엄령 선포 관련 대통령실 연결 요구, 재난안전 문자 미발송 불만 제기 등이 있었다.
당일 녹취록을 살펴보면 비상계엄에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었다. 민원인 A씨는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피난을 가야 하느냐. 뭘 하느냐”고 거듭 물었다. B씨는 “제가 내일모레 저녁 아홉 시 비행기로 출국을 해야 하는데 예정대로 가능한 것이냐”고 하소연했다. C씨는 “대통령이 이 밤중에 뭐 하는 것이냐. 저 같은 심장병 환자는 이래서 살 수 있겠느냐”고 답답해했다.
전쟁이 난 줄 알고 겁에 질려 다급하게 질문하는 시민도 있었다. D씨는 “전쟁 났느냐. 그 뭐야 군인들이 막 나와서 총을 쏘는 상황이냐. 어떻게 하느냐. 이대로 그냥 죽느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E씨는 “경찰에서는 국방부에 전화하라 그러고. 국방부에선 모른다고 그러고. 최전방에 사는 사람들은 죽으라는 것이냐. 그냥 계엄령 선포하면 끝나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황당한 계엄령 선포에 사과한 것은 애꿎은 상담원들이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가 취해지는지 뉴스를 보셔야 할 거 같다” “저희에게 전달된 내용이 없어서 저희도 안내해 드릴 수 없다”고 대응하며 거듭 죄송하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피의자 윤석열씨의 체포영장이 집행됐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 참담하기 그지없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마지막까지 정신줄을 놓지 말고 단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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