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시장, 규제철폐 100일 프로젝트 시작
시민 100여명과 난상토론… "적극 검토"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지 언급
노인 무임승차 버스 확대엔 '적자' 우려
민생회복을 위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기획한 규제개혁 시민 대토론회가 3시간여 만에 마무리됐다. 건설과 주택시장 규제부터 재래시장, 중소기업 분야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며 오 시장은 일일이 답변하고 실무진들에게 검토를 지시했다.
14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토론회는 현장과 온라인 등으로 참석한 시민 100명이 규제에 대한 질문을 하면 오 시장과 부시장단, 3급 이상 간부 공무원이 즉각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번 토론회는 '변하지 않으면 자멸한다, Change or Die'를 천명한 오 시장의 규제철폐 100일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추진을 알리는 단계다. 서울시민 100명과 부시장단, 3급 이상 간부 공무원이 모두 참석해 정책적 개선 방안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도록 했다. 토론에 앞서 서울시는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시민제안플랫폼 '상상대로 서울'에서 규제개혁 아이디어를 모집했다. 이 결과 총 111건의 규제철폐 제안과 86건의 신규정책 아이디어가 접수됐다. 일상 속 황당 규제가 총 67건으로 시민 참여율이 가장 높았고 ▲건설·주택·도시계획 분야 56건 ▲교통·환경·안전 47건 ▲소상공인·자영업 분야 27건 등이 뒤를 이었다.
"부동산 최근 3개월간 하향 안정화…토허구역 해지 관련 조만간 정리"
이날 가장 눈에 띈 메시지는 강남구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지다. 도곡동에서 22년째 공인중개사로 근무해온 박 모씨는 "강남구 토지거래허가구역은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구역 지정 관련해서 토지거래 폭등할 수 있어서 지정됐는데 2020년에 지정된 후 5년이 지났다"고 말했다. 박 씨는 "(지정된 구역의) 거래량은 줄어들어도 거래가격의 폭등을 막는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해당 지역을 벗어난 지역에 풍선효과처럼 다른 지역에 폭등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토허제 폐지는 지역의 강력한 희망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오 시장은 "5년 전에 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가 생긴 후로 많은 분들이 지나친 규제다, 내 재산을 사고 파는데 왜 규제를 하느냐, 억울하다는 취지의 요청이 많았다"며 "규제를 풀고 싶었지만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서 기름을 붓게 될 수 있어 과감하게 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지를 검토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급등세를 보였던 부동산 가격이 지난 2~3개월 정도 하향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며 "부동산이 오히려 지나치게 하향 추세를 계속 보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부동산 거래 건수가 월 평균 30%가량 줄었고, 부동산 가격이 침체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 평가다. 이 정도 되기 때문에 서울시도 적극적으로 (토허구역 해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스 연계시 적자 확대…선택의 문제로 최대한 혜택 갈 수 있도록"
민생과 밀접한 의견들도 쏟아졌다. 낙엽재활용 및 재활용품 보상제 확대, 소상공인 지속가능한 리사이클센터 건립, 공개제한 공간정보 제공 요청, 공실상가 스마트팜 재배 일자리 만들기 등의 의견이 나왔다. 오 시장은 이들 의견에 일일이 입장을 전하며 실국장 등에게도 검토를 지시했다.
특히 오 시장은 지하철에만 적용 중인 노인 무임승차의 버스 연계에 대해 막대한 적자를 우려하면서도 큰 투자를 감수한 할인 프로그램들을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하철 시니어패스의 버스 연계를 검토해달라는 의견에 대한 답변으로 "대중교통은 복지다. 그런 틀에서는 명분이 있어 많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어르신 무임승차를 제공 중인데 거기에 더해 버스까지 해달라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막대한 재정 투입을 우려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는 대중교통 적자를 겪고 있고 이를 시민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며 "지금 적자가 9000억원인데 버스까지 해드리면 600억원이 더 들어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이를 "선택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는 "지금 지하철 정도로 만족하시고 그 외에는 기후동행카드라든가 꼭 필요한 분들, 파격적으로 필요한 분들께 상당히 투자를 감수하면서 할인해 드리는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비교해 최대한 혜택이 많이 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밖에 상권 매출 분석 등을 거쳐 청계천로 '차 없는 거리' 구간 해제를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신촌 연세로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민원이 있어 구청과 협의해 매출액 변화를 비교하는 정책 실험을 해봤더니 승용차를 통행시킬 때 매출이 늘었다는 판단에서다. 오 시장은 "과학적 데이터를 갖고 변화를 만들 건지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오 시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동종 업종이나 비슷한 처지에 계신 분들을 대표해 시민들이 말해주셨고 저희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직원들이 앞으로 규제를 철폐해 나가는데 상당히 도움될 것"이라며 "시민들의 민생문제가 많은 변화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많이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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