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법 이어 세 번째 거부권 행사
崔, 거부권 3가지 원칙 처음 제시
여·야·정 '마이웨이'…협치 어려울 듯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최 대행은 이날 거부권 행사 3가지 원칙을 설정하고, 앞으로도 여기에서 벗어날 경우 계속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 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 재의요구안을 심의, 의결한 뒤 거부권을 행사했다. 교부금법 개정안은 고교 무상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이 분담하도록 한 한시 규정의 기한을 3년 연장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이 국회로 돌아가 최종 폐기되면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모두 시도교육청이 부담하게 된다.
최 대행은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도 거부할 예정인데, 이 법안은 거부권 기한에 여유가 있는 만큼 오는 21일 국무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최 대행이 대통령 권한인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지난해 12월31일 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안에 이어 세 번째다. 최 대행은 모두발언에서 "국가 비용 분담 3년 연장 및 분담 비율을 순차적으로 감축하는 대안이 제시됐음에도 충분한 논의 없이 개정안이 통과됐다"며 "한정된 재원 여건하에서 국가 전체의 효율적 재정 운용을 위해서는 지방교육재정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최 대행은 이날 거부권 행사 3가지 기준도 밝혔다. ▲국민의 기본권 침해, 삼권분립 위반 등 위헌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 ▲국익과 미래 대비에 반하는 경우 ▲재원 여건 등의 이유로 그 집행이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현저하게 불합리한 경우 등이다. 앞으로도 야당 주도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마다 거부권 행사 여부를 놓고 여야 갈등이 일 수밖에 없으니 사전에 재의요구 명분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최 대행은 "불가피하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헌법과 국익을 수호할 책무가 있는 권한대행으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이날 거부권 행사로 여야 갈등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정은 겉으로 협치를 얘기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을 여야 협의 없이 통과시켰고, 정부·여당은 민주당 반발에도 거부권을 계속 행사하는 등 '마이웨이' 행보다. 앞으로도 여야는 특검법, 거부권,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등을 놓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오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최 대행은 "국민들께서는 모처럼 긴 연휴 기간 충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국내 여행과 ‘착한 소비 활동’ 등을 통해 내수를 살리고 상생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동참해달라"며 "특히 명절 기간 국산 농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민생선물세트 구매에 적극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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