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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할 얘기 많아"…먼저 간 포드가 남긴 카터 추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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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정적'이었던 포드가 생전 추도사 남겨
트럼프·오바마 등 전·현 대통령 5명 한자리에
일각선 정치 이념 넘어 이례적 '화합' 평가

지난달 29일 100세의 일기로 별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영결식이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진행된 가운데, 국장으로 진행된 영결식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의 아들 스티븐 포드, 월터 먼데일 전 부통령의 아들 테드 먼데일이 카터를 기리는 추도사를 했다.

"친구야 할 얘기 많아"…먼저 간 포드가 남긴 카터 추도사 지난달 29일 100세의 일기로 별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영결식이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진행된 가운데, 국장으로 진행된 영결식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의 아들 스티븐 포드, 월터 먼데일 전 부통령의 아들 테드 먼데일이 카터를 기리는 추도사를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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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카터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고(故)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이 생전에 써놓은 추도사로 인해 장례식은 울음보다는 웃음이 가득했으며, 이 추도사가 장례식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카터보다 11년 먼저 태어난 그는 2006년에 세상을 떠났다. 포드가 카터를 위한 추도사를 남긴 것은 생전에 두 사람 중 누가 먼저 눈을 감든 상대를 위한 추도사를 준비해놓자는 약속 때문이었다. 포드 전 대통령의 추도사는 셋째 아들인 스티븐 포드가 대독했다.


이 추도사에서 포드는 "이 사람, 이 사랑하는 사람, 이 매우 특별한 사람을 알게 된 것에 기뻐하고 감사함을 느끼는 것으로 우리의 슬픔을 위로하며 작별을 고할 때'라며, "평화와 연민이라는 카터의 유산은 시대를 초월해 독보적인 존재로 남을 것"이라며 카터를 칭송했다. 이어 포드는 "우리의 재회를 고대하고 있었다. 할 얘기가 많다. 오랜 친구여, 집에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고 적었다. 특히, 이 대목을 읽을 때 대독을 한 스티븐 포드는 목이 메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포드의 추도사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민주당 소속인 카터는 1976년 대선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연임을 노리던 그를 패배시킨 '최대 정적'이었다는 사실이다. 포드도 당시 상황도 언급했다. 그는 카터가 자신을 "짜증 나게 만들었다"며 "나의 정치적 취약점을 알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지적했다"고 했다. 또 "나는 그러는 게 싫었지만, 1976년 선거 결과가 내게 가장 깊고 가장 오래가는 우정을 가져다줄 것임은 알지 못했다"고 적었다.


리처드 닉슨이 대통령일 때 부통령이 된 포드는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낙마하자 대통령직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닉슨을 사면해준 게 정치적 치명타가 됐다. 카터는 이를 물고 늘어져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1976년 선거전은 오늘날의 험악한 선거전과 정치 문화에 비하면 얌전했다고 볼 수 있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상당히 거칠었다고 했다.


불구대천의 관계로 남을 수 있었던 두 전직 대통령이 우정을 쌓기 시작한 데는 1981년 10월에 암살당한 이집트 대통령 안와르 사다트의 장례식이 계기가 됐다고 전해진다. 카터도 전해에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에게 패해 단임에 그친 뒤였다. 포드는 돌아오는 길에 대통령 전용기에 함께 탑승했는데 "대서양 상공 어디쯤에선가 카터와 나는 정치를 초월하는 우정을 만들었다"고 했다. 또 "우리는 즉각 전직 대통령의 특권 중 하나를 행사하기로 했는데, 전투의 열기 속에서 서로에게 거친 말을 했다는 사실을 잊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2021년에 먼저 세상을 뜬 카터 행정부의 부통령 먼데일도 카터를 위한 추도사를 남겨 아들이 읽게 했다. 2015년에 카터한테 종양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쓴 것으로 알려진 추도사에서 먼데일은 "오늘 우리는 원칙과 품위가 있는 지도력을 발휘하고, 민권과 인권을 위한 용기 있는 헌신을 한 소중한 친구 카터 대통령을 기리는 슬픔에 동참한다"고 했다.

카터 前 미국 대통령 국장 엄수에 바이든 "권력남용에 맞서야" 추도
"친구야 할 얘기 많아"…먼저 간 포드가 남긴 카터 추도사 AP연합뉴스

카터와 포드는 정적 관계를 탈피하고 쌓은 우정을 세상을 뜬 뒤에도 보여줬지만, 현직 대통령 바이든과 곧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는 이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바이든은 카터의 삶을 기리는 추도사를 읽으면서 "우리는 혐오에 어떤 은신처도 주면 안 된다는 의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가장 큰 죄"인 "권력 남용에 맞서야 한다"고 했다. 이는 다분히 트럼프를 겨냥한 말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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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할 얘기 많아"…먼저 간 포드가 남긴 카터 추도사 한편, 트럼프는 바이든의 뒷줄에서 영결식을 지켜봤다. 그는 행사 시작 전 옆자리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며 대화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AP·연합뉴스

한편, 트럼프는 바이든의 뒷줄에서 영결식을 지켜봤다. 그는 행사 시작 전 옆자리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며 대화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입장할 때 오바마는 일어나 악수했지만 같은 공화당 소속인 트럼프와 부시는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트럼프를 제외하고는 생존해 있는 유일한 공화당 소속 전직 대통령인 부시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지지 선언하지 않았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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