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4마리 같은 방향 이동
육식공룡이 초식공룡 뒤따른 흔적
영국 옥스퍼드셔주에서 영국 역사상 가장 큰 공룡 발자국 유적지가 발견됐다. 이는 약 1억6000만년 전 공룡들이 비슷한 방향으로 이동한 흔적으로 보인다.
연합뉴스는 7일 영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를 인용해 영국 옥스퍼드대와 버밍엄대 과학자들이 지난해 여름 옥스퍼드셔의 한 채석장에서 찾은 흔적을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최소 5마리의 공룡들이 비슷한 시기에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 200여개를 발굴했다.
이번 공룡 발자국은 채석장에서 굴착기를 운행하던 작업자가 처음 발견했다. 굴착기가 바닥에 튀어나온 부분과 충돌했는데, 이는 공룡이 바닥을 밟을 때 밀린 진흙의 흔적이었다. 굴착기 운전자는 돌출 부위와 함몰 부위가 반복적으로 나타나자 공룡 발자국일 가능성이 있다고 짐작했다. 해당 채석장에서는 1990년대에도 공룡 발자국이 발견된 바 있다.
발굴된 발자국들은 약 1억 6600만년 전 이 지역에 서식한 초식공룡인 케티오사우르스 네 마리와 육식공룡인 메갈로사우르스 한 마리가 각각 남긴 것들로 보인다. 이들 중 한 마리의 발자국은 무려 152.4m(500피트)에 걸쳐 이어졌다. 발굴에는 100명 이상의 과학자와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자들은 각 발자국의 모형을 만들기 위해 주조 작업을 진행했고 개별 발자국의 3D 모델을 생성하기 위한 사진 2만 장 이상을 찍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기반으로 공룡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어떤 환경에서 살았는지, 어디로 이동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발자국 정보는 뼈 화석에서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제공한다.
다섯 마리중 네 마리는 모두 같은 북쪽을 향해 이동했다. 이는 인근 지역에서 앞서 발굴된 다른 공룡 발자국들의 이동 방향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목적지가 모두 같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발굴을 주도한 커스티 에드거 버밍엄대 미고생물학 교수는 "케티오사우루스 등 용각류 공룡들은 무리 지어 이동하는 습성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발굴된 발자국들이 모두 동시에 남겨진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보존 방식 등으로 봤을 때 각 발자국이 남겨진 간격은 길어도 몇주 또는 몇개월 이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당시 공룡들이 서식하던 환경은 따뜻하고 얕은 늪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공룡들이 진흙탕 같은 바닥을 밟으며 이러한 보행렬을 남겼다는 설명이다. 과학자들은 이번 발자국 유적에 '공룡 고속도로'라는 별칭을 붙였다.
옥스퍼드대 고생물학자인 던컨 머독은 "시간이 지나면서 발자국 위로 많은 퇴적물이 쌓이고 발자국을 보존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돼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것"이라고 말했다.
육식공룡인 메갈로사우르스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은 초식공룡 한 마리의 발자국 위에 일부 겹친 채 발굴됐다. 이를 두고 과학자들은 이 육식공룡이 초식공룡보다 늦게 지나갔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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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교수는" 발굴된 발자국의 간격과 깊이로 봤을 때 공룡들이 전력 질주하거나 빠르게 걷기보다는 시속 약 4㎞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걸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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