⑪인간 없는 과학의 시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는 '평등'이란 구호를 외치며 농장 주인을 몰아낸 돼지들이 “모든 동물은 평등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라며 농장의 새 주인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슷하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모든 동물은 세상을 이해하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 보다 더 이해하려 한다.' 바로 우리 인간 말이다.
'이해'란 무엇일까? 교과서적 정의를 떠나, 우선 이해하면 할수록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더 정확하게 예측해 생존에 더 도움되는 선택을 내릴 수 있다고 해석해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언제나 세상을 인식하고 예측하려고 노력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미래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까? 다행히도 대부분의 미래는 과거의 연장이다. 과거를 잘 기억할수록 미래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몸 크기에 비해 이 세상 그 어느 동물보다 더 큰 뇌를 가지게 된 인간. 덕분에 우리는 다른 동물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다. 1MB 하드디스크 보다 100GB 하드디스크에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해둘 수 있듯, 인간은 더 많고 더 오래된 과거 정보를 기반으로 다른 동물들은 발견해 내지 못 한 통계학적인 패턴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해는 언제나 동쪽에서 뜨고(아니, 해가 뜨는 곳이 '동쪽'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고) 서쪽에서 진다. 여름엔 덥고 겨울에는 춥다. 그리고 토실토실한 얼룩말들은 매일 아침 물을 마시러 강가에 오다. 그렇다면강가에 미리 숨어 기다리면, 힘들게 뛰어 얼룩말 사냥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세상의 반복성과 순환구조를 이해하는 순간 삶이 편해진다.
하지만 이세상 모든 현상들이 순환구조를 가진 건 아니다. 눈 앞에 나타났다 다시 사라진 먹음직스러운 큰 물고기, 바람에 흔들리는 높은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들, 번개에 맞아 불이 붙은 넝쿨…. 자연의 대부분 현상들이 동일하게 반복되지는 않는다. 반복되지 않는 현상들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순간 자연의 반복성을 우리 스스로의 행위로 대체할 수 있겠다! 언제 내릴지 모를 번개를 대신하는 부싯돌, 바람을기다릴 필요 없이 나무를 세계 흔들면 떨어지는 열매들, 그리고 미끼를 사용하면 잡을 수 있는 물고기.
자기 스스로의 행동을 통해 자연의 순환구조를 대체하기 시작한 인류. 자연이 더 이상 운명이 아닌 도구가 되었기에, 인간은 더 이상 자연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직접 경험이 불가능한 영역에까지 순환구조와 인과관계를 적용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하늘 위 강물이 소나기로 떨어지고, 태양은 거대한 불덩어리이며, 인간은 올라갈 수 없는 또 다른 세상으로 새들이 날아간다고 믿기 시작한 인류. 자연의 다양한 현상들은 서서히 뇌가 상상 가능한 모습으로 형상화 되기 시작하고, 아마도 그렇게 대부분의 미신과 신화, 그리고 종교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21세기 인류는 더 이상 미신과 신화로 세상을 설명하지 않는다. 우리는 수학과 과학, 그리고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믿음과 전통이 수학과 실험으로 대체는 되었지만, 현대 과학은 여전히 자연의 반복성과 인과관계를 이해하려는 인류의 수 십만 년 노력의 연장성일 뿐이다. 그렇다면 과학의 미래는 무엇일까? 인간이 만들어낸 천문학 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코딩을 하기 시작한 생성형 인공지능.
만약 천체망원경과 입자가속기를 제어하고 새로운 실험까지 인공지능이 직접 설계할수 있다면, 과학과 연구 역시 인공지능에게 맞기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인간의 지능과 기억력을 뛰어넘을 미래 인공지능은, 우리는 몰랐다는 사실 조차도 몰랐던 자연의새로운 순환구조와 인과관계를 발견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과학의 미래는 인간이 없는 과학일까?
미래 인공지능이 찾아낼 찬란한 우주의 비밀. 아무리 설명해줘도 우리 인간은 이해조차 할 수 없을지 모른다. 아무리 설명해도 개미는 영원히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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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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