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많은 경고와 징후 있었다"
"혐오나 축출 방식으론 해결 불가"
"불필요한 공항 전면 재검토 촉구"
무안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거론되는 가운데, 한 동물보호단체가 철새 등을 축출 대상으로 삼는 시선에 우려를 드러냈다.
동물해방물결은 지난달 30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참사 관련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제주항공의 무안공항 참사로 희생된 모든 인간과 동물들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하루빨리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고, 다신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현재 조류 충돌로 인한 엔진 파손이 사고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데, 우리는 이 참사가 특정 지역, 기종의 문제로 단순화하는 것만큼이나 철새와 같은 동물을 축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물해방물결은 "이번 참사 앞에는 수없이 많은 경고와 징후가 있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국내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 충돌은 623건에 달한다"며 "미국에선 매년 1만3000여 건의 조류 충돌이 보고되며, 유럽에선 항공사에서 레이더 및 사운드 시스템을 활용해 조류 탐지 기술과 서식지 관리 전략을 시행 중이라고 하나 대체로 조류를 서식지로부터 쫓아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도 무안 국제공항을 비롯한 새만금 국제공항, 가덕도 신공항, 제주 제2공항 등지에 대해 환경영향평가와 민간 생태조사 등을 통한 조류 충돌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면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권장하는 연중 지속적 조사가 아닌 단기적 조사에 그치거나 이마저도 건너뛰는 예도 있었으며, 이는 조류 생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의례적이고 미봉책 식의 정책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부연했다.
또한 "조류 충돌 예방 인력을 몇 명 더 늘린다고, 탐지기를 설치한다고, 음파와 산탄총으로 새를 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위 공항들은 인근에 갯벌과 호수 등 철새 도래지가 자리 잡고 있다"며 "애초에 공항의 입지가 광활한 초원으로 먹이활동이 쉽고 사람이 없어 새들이 모이는 데다, 최근에는 이상기후 영향으로 철새들이 텃새화가 돼 아예 상시로 공항 주변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져 위험도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류 충돌 문제는 동물에 대한 혐오나 축출의 방식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며 "단순히 조류를 문제 삼거나 내쫓거나 희생시키는 방식의 토건자본주의적 발상을 멈추고, 생태적 가치와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불필요한 공항 건설이나 운영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번 참사의 모든 희생자를 마음 깊이 애도하며, 앞으로도 동물과 인간 모두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터를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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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무안공항 주변은 88종의 조류가 출연하는 철새 도래지로, 청둥오리 등 6종은 조류 충돌 위험성 분석 결과 '3단계 위험 수준'으로 꼽히는 조류다. 지난달 진행된 국립생태원 조사에서도 무안 저수지에서 1792마리, 무안·목포 해안에서 4315마리, 현경면·운남면에서 1만2779마리의 철새가 관찰됐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사고 다음 날 "조종사가 8시59분에 처음이자 유일하게 버드 스트라이크로 '메이데이'(구조요청)를 선언 후 복행했다"며 "이 과정에서 어느 순간 관제사와 소통이 원활해지지 않았고, 다시 착지를 시도하다 사고가 났다"고 밝힌 바 있다.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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