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넋 위로하는 편지와 물건 놓여져
"승객을 살리고자 최선을 다하셨을 기장님, 부기장님, 그리고 승무원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왔다. 외로이 사투를 벌였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흘째인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주변 철조망에는 마지막까지 노력했을 승무원들과 희생자를 추모하는 손편지와 술잔 등이 놓이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1 등은 이날 무안국제공항 철조망 곳곳에 손편지와 국화꽃, 술, 빵과 김밥, 음료 등 희생자들을 위로하려는 추모글과 물건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고 여객기를 몰았던 기장과 부기장을 향한 애도의 마음을 담은 손편지에는 "살리고자 최선을 다했을 기장님. 부기장님 그리고 승무원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작성자는 "탑승객 모두 좋은 곳에 가셔서 편하게 영면하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함께 적었다.
이번 참사로 동생을 잃은 형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도 있었다. 손으로 꼭꼭 눌러쓴 편지에는 "우리 왔다. 외로이 사투를 벌였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너는 이미 너무나 훌륭했고 충분히 잘했으니 이젠 따뜻한 곳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고마웠고 그리고 미안하다. 형이"라고 적혔다. 동생을 잃은 형의 비통한 마음이 담긴 편지에 추모객들은 한동안 발길을 떼지 못하고 쪽지를 바라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손편지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안타까운 죽음, 평생 기억하겠습니다. 좋은 곳에서 편안히 쉬길 기도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참사 첫날부터 활주로 인근에 놓인 국화꽃 등은 더 늘어 기체와 멀리 떨어진 곳까지 이어졌다. 추모객들이 두고 간 술, 빵, 떡, 초코파이, 핫팩 등은 부서진 기체를 향해 가지런히 정돈돼 있었다.
이날 기체 주변에서는 참사 희생자의 신체 일부와 유류품을 수습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경찰 과학수사대와 소방관들은 기체 주변 구획을 세부적으로 나눠 감식과 수거 작업을 벌였으며, 유가족을 위로할 수 있는 수거물이 나올 때마다 함께 확인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9일 오전 9시 3분쯤 태국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7C 2216편 여객기는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를 벗어나 방위각 시설과 충돌하며 폭발했다. 사고 당시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으며 한국인 승무원 2명을 제외한 전원이 사망했다. 이날까지 희생자 179명 중 174명은 신원이 확인돼 DNA 분석, 검시·검안, 유족 인도 등 절차가 차례로 이뤄지고 있으며, 나머지 5명은 DNA 정밀 분석을 통해 신원을 파악 중이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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