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공항에서도 이런 높이의 둔덕 본 적 없어
영국 공군 출신 항공 전문가도 '둔덕' 비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탑승객과 승무원 179명이 숨진 가운데, 사고 원인 중 하나로 높은 '둔덕'이 언급되고 있다. 김인규 항공대학교 비행교육원장은 "둔덕이 없었다면 여객기는 지금보다는 좀 더 온전한 상태로 남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 원장은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사고 영상을 보면서 가장 의아했던 부분이 바로 둔덕이다. 어느 공항에서도 이런 높이의 둔덕을 본 적 없다"고 했다.
보통 공항 외벽은 이중 펜스를 설치한다. 일부 공항은 콘크리트로 외벽만 쌓아 놓기도 한다. 해당 둔덕에는 로컬라이저, 즉 수평 방향의 안내를 돕는 안테나를 설치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급하게 바퀴를 내리지 못한 채 동체 착륙을 시도한 여객기는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했고, 활주로를 벗어난 후 둔덕과 충돌했다.
김 원장은 "사고 영상을 보면 항공기가 둔덕에 부딪히면서 굉장히 큰 충돌이 일어나고 동체가 동강이 나면서 바로 화재가 발생했다"면서 "둔덕이 없었다면 항공기는 계속 밀고 나가서 외벽을 뚫고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가정한다면 항공기는 지금보다 좀 더 온전한 상태로 남았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영국 공군 출신 데이비드 리어마운트 항공 전문가도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무안공항 둔덕 설치는 범죄행위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데이비드는 착륙 활주가 끝날 무렵 기체엔 큰 손상이 없었고,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항공기가 둔덕에 부딪혀 불이 나면서 탑승자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 역시 "국내 어느 공항에도 이런 데가 없다"면서 "왜 이런 걸 이곳에 설치해 놨을까 하는 것이 의문"이라고 했다.
이번 사고의 일차적인 원인을 두고 조류 충돌, 버드 스트라이크로 보는 의견도 많다. 김 원장은 "직접적으로 폭발하고 화재가 나게 된 원인은 랜딩 기어가 안 나온 것"이라면서 랜딩 기어가 안 나온 원인에 대해 좀 더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류 충돌 때문일수도 있지만, 랜딩 기어가 원래 고장 나 있었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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