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시 상황 잊은 듯 "내가 왜 여기에"
어깨 골절·두부 손상에도 의식 또렷
"어떻게 된 일인가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사고에서 극적으로 생존한 승무원 이모씨(33)가 병원으로 후송된 뒤 처음 한 말이었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남 목포 한국병원으로 긴급 후송된 이씨는 "어디가 아프냐"는 의사의 질문에 이렇게 되물었다. 이어 "내가 여기에 왜 오게 된 것이냐"고도 물었다고 알려졌다. 그는 "도착을 앞두고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고 비행기가 다 착륙한 것 같았는데, 이후는 기억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사실상 패닉에 가까운 상황일 텐데 여객기나 승객의 안전을 걱정해서 그런 말부터 나온 것이 아니었겠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여객기 후미 쪽에서 승객 서비스를 맡았던 이씨는 사고로 왼쪽 어깨 골절과 머리 등을 다쳤다. 하지만 의식은 뚜렷하고, 맥박은 정상이며 보행도 가능하다고 병원 측은 진단했다. 이씨는 가족의 요청에 따라 이날 서울 지역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날 사고기에서 구조된 인원은 이씨 등 승무원 2명이다. 이씨와 함께 구조된 20대 여성 승무원 구모씨는 현재 목포 중앙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구씨는 "비행기 한쪽 엔진에서 연기가 난 뒤 폭발했다"는 말을 했다고 소방본부 측은 전했다. 구씨 역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와 구씨는 모두 후미 비상구 부분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비행기 충돌 과정에서 후미 꼬리 부분이 떨어져 나가면서 이들은 생명을 건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소방 당국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열고 "여객기에 탑승한 181명 중 구조자 2명을 제외한 인원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총력을 다해 수습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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