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산타'의 깜짝 선행…경찰서 앞에 두고 간 특별한 선물 보니

수년간 모은 현금 20만원과 간식 놓고가
익명으로 경찰서에 기부한 사례 보고 따라해
감사인사 전하며 대신 기부금 사용해달라 당부

한 어린이가 크리스마스에 경찰서 지구대 앞에 기부금과 응원 간식을 두고 사라졌다는 사연이 전해져 훈훈함을 더했다.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가 서울 노원경찰서 마들지구대에 기부한 물품들과 기부금. 마들지구대 제공

25일 오전 서울 노원경찰서 마들지구대엔 한 초등학생이 건넨 특별한 선물이 도착했다. 이날 오전 9시 10분께 한 어린이가 지구대 앞에 종이 가방을 놓고 황급히 사라졌다. 경찰관이 뭐냐고 물을 새도 없이 이 어린이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맛있게 드세요!"라는 말만 남겼다고 전해졌다. 어린이가 두고 간 종이 가방 안에는 오만원권 4장과 함께 크리스마스트리가 그려진 편지, 초코파이, 비타500 등 간식이 들어있었다.

자신은 졸업을 앞둔 초등학교 6학년생이라고 밝힌 이 어린이는 "동네를 지켜주시는 경찰관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며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어 수년간 용돈을 모았다. 경찰서에 익명으로 기부하는 사례를 보고 저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라고 편지로 밝혔다. 연필로 또박또박 쓴 편지에는 "제가 모은 20만원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라는 당부가 담겨 있었다.

이 어린이의 선행은 성탄절에 근무하고 있던 마들지구대 경찰관들 사이에서 감동을 자아냈다. 이시철 경감은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도 고사리손으로 모은 소중한 돈을 기부해준 아이의 마음이 감동적이다"라며 "아이를 바르게 키워주신 부모님께도 감사드린다"라고 인사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배우는 것 같다"라고 미소 지었다.

마들지구대 측은 이 어린이가 기부한 성금을 관내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순수한 마음으로 전한 선물인 만큼 뜻깊게 사용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