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단, 카페폭포 예산 등 '전액' 삭감
“다수당 횡포 서대문구 초유 사태 직면”
서울 서대문구의 내년도 예산안이 구 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구의원들에 의해 기습적으로 수정 가결돼 내년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 서대문구는 “구의회 회의 규칙을 어긴 예산안 수정동의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겠다”며 입장을 밝혔다.
서대문구는 ‘2025년도 서대문구 예산안’이 ‘서대문구의회 제304회 제2차 정례회’ 마지막 날인 20일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수정 가결돼 구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고 23일 전했다.
2025년 예산안은 구의회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위원회 예산심사를 거쳐 여야 합의 속에 지난 17일 ‘최종 예산결산위원회 계수조정 후 확정됐다. 지난 17일 계수조정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양희 구의회 의장과 윤유현 예결위원장, 3당 원내대표인 국민의힘 박진우 구의원, 더불어민주당 서호성 구의원, 개혁신당 주이삭 구의원이 참여했다.
하지만 20일 오전 예정됐던 폐회식이 미뤄진 채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기습 발의한 수정동의안이 기존 여야합의안을 대신해 그대로 가결됐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서대문구의회는 의원 15명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8명인 다수당으로, 갑작스러운 발의와 가결이 3주간에 걸친 여야 구의원들의 노력을 일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대문구에서는 “민선 8기 신규 추진 사업 예산에 대한 표적 삭감 의혹이 짙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수정안 가결로 주민 평생학습 및 커뮤니티 공간 지원과 각 동 마을축제 지원 사업비 등 31억4600만원, 도로시설 유지보수 및 각 동 시설 개선 사업비 등 23억4100만원, 어르신 일자리 및 저소득 어르신 생활 지원 사업비 등 11억1000만원이 감액됐다.
또한 장애인 지원, 복지 사각지대 발굴, 아동 청소년 지원, 금연 지원, 정신건강 보건, 어린이공원 물놀이터 조성, 인왕산 등산로 정비, 경로당 신설 등을 위한 사업비도 감액 명단에 포함됐다.
특히 올해 4개 전국대회를 모두 석권한 ‘서대문구청 여자농구단’ 운영비 8억4800만원, 내외국인 150만명이 방문해 힐링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는 ‘카페폭포 한류문화체험관’ 조성 사업비 10억원, ‘클래식 공연’ 예산 2억9000만원이 전액 삭감돼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졌다고 구는 설명했다.

서대문구는 “구의회 본회의에서 각 상임위 및 예결위 합의를 무시한 채 수정동의를 남발한다면 위원회 제도가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며 “예산안 수정동의가 ‘서울특별시 서대문구의회 회의규칙’(제62)에 따라 예결위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준수하지 않은 채 날치기로 통과돼 향후 재의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헌 구청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의원님들의 비상식적인 예산안 의결권 행사가 의회 파행과 주민 피해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며 “매우 실망스럽지만 굴하지 않고 더욱더 주민 행복 200%를 위한 사업에 매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를 떠나 구의회가 주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본질적 역할에 충실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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