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국에 대한 고의적 모욕"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외교 대사 지명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들의 적격성에 대해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대사 지명자들이) 겉보기에 잡다한 사절단처럼 보인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가디언은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우선주의' 이념을 전파할 특사들을 서둘러 지명했지만, 이들의 자격 증명이 부족하다며 '경험 많은 외교 정책 분석가'의 표현을 빌러 "외교적 광대 자동차"라고 꼬집었다. 또 이들을 지명한 것은 "상대국에 대한 고의적인 모욕"이라고도 비판했다. 가디언은 "대부분의 국가가 전문 외교관 중에서 대사를 임명하는 것과 달리, 미 대통령들은 측근들이나 재정 후원자들에게 보상으로 대사직을 제공해왔다"며 "그중에서도 트럼프 당선인은 그 규모나 적합성 면에서 새로운 비평의 문을 열었다"라고 덧붙였다.
바하마 주재 미 대사로는 허셜 워커가 지명됐다. 워커는 NFL 스타 선수 출신으로 2022년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주프랑스 대사로는 트럼프 당선인의 사돈 찰스 쿠슈너가 지명됐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큰딸인 이방카 트럼프의 시아버지로, 과거 탈세·불법 선거자금 제공·증인 매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쿠슈너는 2020년 트럼프 당선인이 첫 번째 대통령 임기를 마치기 직전 사면됐지만, 전직 연방검사였던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그의 범행을 두고 자신이 기소한 사건 가운데 "가장 혐오스럽고 역겨운 범죄 중 하나"라고 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주그리스 대사로는 킴벌리 길포일이 지명됐다. 길포일은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에서 검사로 활동하다 폭스뉴스 앵커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교제하다 최근 결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그리스(대사직)는 한때 노련한 외교관들의 전유물이었다”며 “길포일은 외교적 수완보다는 화려한 미디어 프로필로 잘 알려진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가디언은 트럼프 당선인이 워커, 쿠슈너, 길포일 외에도 부적합해 보이는 외교 사절을 임명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주튀르키예 대사로 자신의 측근이자 억만장자 부동산 개발업자인 톰 배럭을 지명했다. 튀르키예는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 축출 이후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커진 나라다. 그렇지만 배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아랍에미리트(UAE)를 위해 미등록 외국 요원으로 활동하고 FBI에 거짓말을 한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다. 2022년 무죄 판결을 받았다. 토마스 컨트리맨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 국무부 차관보는 "트럼프 당선인과 배럭의 사적 이익과 배럭이 앙카라에서 해야 할 전문적 업무를 분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 외에도 트럼프 당선인이 주이스라엘 대사로 지명한 마이크 허커비의 경우 기독교 시온주의자를 자처하는 인물이다. 그 때문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 중재자로서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원에서 대사 후보자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부적합한 인물은 거부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지만, "19세기 이후 상원이 공식적으로 대사 후보자를 거부한 적이 없으며, 인사청문회에서 지연 전술을 써 간접적으로 거부했을 뿐"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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