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크로스컨트리 선수 사에키 카츠미씨
1935년생…구력 70년의 스키 선수
기네스 기록 경신이 목표…'90세 대회 완주' 준비
저도 참 운동을 좋아하는데, 할머니가 돼서도 지금처럼 격렬하게 운동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던 중 일본에서는 얼마 전 89세로 세계 최고령 여자 크로스컨트리 스키어의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돼 주목받았습니다. 내년 90세에도 대회에 참가해 기네스 기록 경신을 목표로 한다는데요. 인생 자체가 올 시즌, 비시즌은 없는 노력파인 것으로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됐습니다. 오늘은 89세 크로스컨트리 현역 선수, 사에키 카츠미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사에키씨는 1935년생으로, 일본 도야마FSC 소속 현역 선수입니다. 일본스키협회에도 정식등록돼있죠. 사에키씨는 일본의 알프스로 불리는 도야마현 출신인데요. 70년 전 도야마대학 학생 때 스키부에 소속돼 알파인 스키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구력이 어마어마한 선수인데요. 원래도 산을 좋아해 도야마현 다테야마에서 알파인 스키를 타는 것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항상 매년 스키 시즌은 다테야마에서 시작한다고 하네요. 이후에는 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며 쭉 등산과 스키를 즐겼는데, 26세 때는 도야마현 내 처음으로 여성 1호 스키 준지도원 자격을 취득했다고 해요. 그렇게 스키를 사랑하다가 정년퇴직을 하게 된 60세 때부터는 "알파인 스키는 체력적으로 힘들다. 이제는 다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주변 권유로 크로스컨트리로 종목을 바꿨다고 하네요.
종목을 바꿨어도 크로스컨트리는 '설상 마라톤'으로 불리는, 어마어마한 체력을 소모하는 스포츠입니다. 스키를 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오래 지치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인데요, 눈이 많이 오는 겨울에는 집 주변 눈 덮인 논을 스키를 신고 1시간씩 산책한다고 합니다. 눈이 내리지 않을 때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데요. 일주일에 5일 헬스장에서 개인 트레이너를 붙여 헬스 트레이닝을 한다고 합니다. 언론에 보도된 트레이닝 장면을 봤는데 89세 나이에 중량 35kg 스쿼트를 하시더라고요. 나이가 들수록 근력이 감소하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하체 힘인 것 같습니다. 봄이나 여름에는 6km를 기록을 재가면서 뛰는데요. 본인도 "체력이야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어쨌든 스키를 탈 수 있는 몸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매번 혹독한 트레이닝을 해낸다고 합니다.
그렇게 70세 때는 얼어붙은 타타르 해협을 크로스컨트리로 횡단하는 기록을 세우고, 현재까지 전일본마스터스 스키 선수권 대회는 20회 넘게 출전했다고 합니다. 일본 동계 마스터스 스포츠 협회가 최고령 선수로 기네스에 먼저 신청을 해줬을 정도로 유명 인사가 됐습니다. 사실 80세를 넘으면서는 아무리 연령대별로 경기를 나눈다 해도, 현역 선수로 뛰는 사람 자체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사에키씨의 라이벌로 꼽히던 선수도 80세가 넘으면서 더이상 대회에서 보이지 않게 됐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사에키씨는 "오늘 내가 스키를 타도 내일 탈 수 있을지는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말하며 선수 생활에 엄청난 힘을 들이고 있습니다. 대회에 참가하면 70대 선수들을 능가하는 기록도 가뿐히 나온다고 하네요.
무엇보다 매년 스키를 탈 수 있음에 감사하는 긍정적인 자세도 좋은 에너지를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올해는 굉장히 여러 일이 많아 선수 생활에 어려움이 많았었다는데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컨디션이 나빠져 긴급 입원을 하기도 하고, 올해 새해 첫날에는 일본 노토반도 지진으로 도야마현도 피해를 보았죠. 여기에 기록적인 기온 상승으로 강설량까지 부족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등 많은 시련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사에키씨는 TBS 인터뷰에서 "산도 있고 골짜기도 있는 것이 인생"이라며 "어제와 같은 오늘이 있어 오늘과 같은 내일이 온다. 하루하루 산다는 것에 고마움을 되새기며 살아가겠다"며 평소처럼 훈련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는데요.
내년에는 90세 나이로 또다시 전일본마스터스 선수권대회에 나가 기네스 기록 경신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매일 몸을 움직이고, 식사를 만드는 것이 힘들어도 단백질과 채소가 들어간 식단을 매끼 무조건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사에키씨는 선수 생활의 비결을 묻는 취재진에게 "혼자서 스키를 잘 탄 것이 아니라 많은 분께 내가 의지한 덕분"이라며 "오늘과 같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즐기는 생활 방식도 한몫했다"고 호탕하게 답하기도 했습니다.
사에키씨의 인생을 돌아보니 나이와 상관없이 항상 도전과 노력, 그에 따른 성취가 뒤따른 것 같은데요. 인생에 비시즌이 없도록 매번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많은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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