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이 위협된다면 핵무기 사용 권리 보유"
"알아사드와 만나서 대화할 계획"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언제든 만날 준비가 됐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미 NBC 방송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에서 열린 연례 기자회견 겸 국민과 대화 '올해의 결과' 행사에서 "언제 그(트럼프)를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트럼프와 만나면 약세에 있는 것으로 보일 것"이라는 NBC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군대는 최근 몇 년간 실제로 더 강해졌다"며 "러시아 군대의 방위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군 산업도 마찬가지다. 우리 군대는 전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와 협상할 준비가 됐느냐는 질문에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이고르 키릴로프 국방부 화생방전 방어사령관을 제거한 것에 대해선 "쿠르스크 지역에서도 사람을 죽이는 우크라이나 정권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3년 차를 맞이한 전선 상황에 대해서는 "상황이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이 전선 전체에 걸쳐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탈환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나는 (우크라이나군을 쿠르스크에서) 몰아낼 구체적인 날짜를 말할 수 없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며 "우리는 반드시 그들을 밀어낼 것이다. 다른 방법은 없다"고 답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전술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뒤 새로운 핵 교리(독트린)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실상 서방 장거리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데 대한 대응책이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지난달 러시아의 핵 교리 변화를 이해했는지 묻는 말에 "그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라며 "(서방이) 우리에게 위협이 된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핵무기를 사용할 권리를 보유한다"고 말했다.
12년 전 시리아에서 실종된 미국 언론인 오스틴 타이스의 어머니가 아들을 찾기 위해 푸틴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낸 것에 대해서는 바샤르 알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이 망명한 이후 아직 그를 만나지 못했지만, 만나서 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 경제 상황에 대해선 실업률이 2.3%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임금도 증가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우려스러운 신호"라고 인정했다. 러시아는 현재 전쟁 장기화로 물가상승률이 약 9%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다만 "상황은 안정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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