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7시20분께 서면 지휘 받아
尹 대통령이 6차례 직접 전화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졌던 당일 오후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직접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만나 계엄에 대한 지시 사항을 전해 들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조 청장 측은 윤 대통령의 지시를 세 차례에 걸쳐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청장의 변호인인 노정환 변호사는 13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조 청장이 비상계엄이 선포된 당일 오후부터 국회에서 계엄이 해지된 시점까지 윤 대통령의 지시를 세 차례에 걸쳐 항명했다"며 "이것이 변론의 핵심 내용"이라고 말했다.
조 청장 측에 따르면 첫 번째 항명은 지난 3일 오후 7시20분께 조 청장과 김 청장이 윤 대통령과 5분가량 대면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A4용지로 작성된 비상계엄에 관한 서면을 전달받았는데, 이 문건에는 국회와 언론사, 유튜버 김어준 씨가 대표로 있는 '여론조사 꽃' 등을 포함해 계엄으로 접수해야 할 기관이 10여곳이 담겨있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국회' '종북 세력'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결연한 목소리로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고 전해진다.
노 변호사는 "조 청장이 해당 문건을 전달받고 돌아가는 길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 종이를 찢어버렸다고 한다"며 "그런데 오후 10시20분께 TV를 통해 비상계엄이 실제 선포되는 것을 보고 본인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항명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일어났다. 3일 오후 10시30분께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조 청장에게 전화해 '주요 정치인 15명을 체포하라'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3곳에 경비 인력을 증강하라' 등의 사항을 요청받았다. 이후 여 방첩사령관이 체포 대상에 대한 위치 추적을 할 것을 요청했다는 보고를 받고 조 청장은 거부하라고 지시했다. 20분이 지난 오후 10시50분께 윤승영 국가수사본부 수사 기획조정관(치안감)이 또 한 번 올라와 여 방첩사령관이 위치 추적 등을 요구했다고 전하자 조 청장은 한 번 더 거부했다는 게 변호인의 설명이다.
여 방첩사령관이 체포하라고 지시한 주요 정치인 15명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이 포함됐던 걸로 알려졌다.
마지막 항명은 윤 대통령과의 직접 통화에서 이뤄졌다. 비상계엄 선포 후 계엄군이 국회를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조 청장에게 6차례 직접 전화를 걸어 "국회의원을 체포하라" "계엄법 위반이니 체포해도 상관없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황당한 내용이라고 판단해 참모진에게 전달하지 않고 본인 선에서 묵살했다는 게 조 청장 측의 주장이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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