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운영 크루즈선 2031년까지 6→13대 두 배 이상 확대
여행 수요 증가에 "지금이 투자 적기"
대규모 크루즈선에 미키마우스가 걸어 다니고, 직접 아이언맨처럼 임무를 완수하는 공간이 있다면? 영화 모아나나 미녀와 야수를 테마로 한 무대가 펼쳐지고 영화 코코처럼 멕시코 가수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는 멕시코 음식점이 있다면?
디즈니가 자체 콘텐츠를 활용한 크루즈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디즈니가 현재 운영 중인 6대의 크루즈를 2031년까지 13대로 두 배 이상 확대하고 향후 10년간 약 120억달러(약 17조1400억원)를 크루즈 사업에 투입키로 결정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100년 역사의 '콘텐츠 강자'인 디즈니는 크루즈 시장에서 이제 막 자라나기 시작한 새싹이다. 크루즈 산업이 활발한 카리브해 시장에서 승객 비중이 5%, 글로벌 시장에서는 2.5%에 불과하다. 하지만 디즈니 크루즈선에 탑승한 승객 수에 항해 일수를 곱한 '승객 크루즈 일수'가 2022회계연도에만 32%, 2023회계연도 중에는 14% 증가했다. 그만큼 성장세가 크다는 의미다.
토마스 마즐룸 디즈니 경험 부문 담당 사장은 "강력한 수요를 고려할 때 지금이 크루즈 사업에 투자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만족도 조사 결과 승객 10명 중 8명 이상이 다시 크루즈를 탈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특히 디즈니는 강점인 콘텐츠와 캐릭터를 활용해 크루즈선을 꾸며 승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키마우스, 도널드덕 등 디즈니 캐릭터와 어벤저스를 비롯한 마블 코믹스 캐릭터 등을 내세운 각종 시설과 서비스가 있다. 크루즈 곳곳에 캐릭터가 돌아다니고, 영화관에서 디즈니 영화를 상영하며, 무대나 테마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디즈니 캐릭터와 함께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식이다.
WSJ는 "대부분의 크루즈 노선이 보호자와 함께 온 자녀들을 위한 활동을 제공한다"며 "디즈니는 보호자들이 수영장 선베드에 누워 칵테일을 먹는 동안 아이들이 자정까지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디즈니는 이러한 콘텐츠를 활용하되 다른 경쟁사들 보다는 크루즈 이용 가격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실제 디즈니 크루즈 여행의 가격은 내년 4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출발해 나흘에 걸쳐 바하마로 가는 코스가 4인 가족 기준 7692달러(약 1100만원) 정도다. 글로벌 크루즈 선사인 로얄캐리비안의 비슷한 코스 상품 가격은 3368달러(약 481만원)로 디즈니 상품의 절반 수준이다.
디즈니가 크루즈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관련 여행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크루즈노선국제협회 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크루즈 여행을 한 승객 수는 3170만명으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인 2019년 2970만명을 넘어섰다. JP모건은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가 일반적인 육상 여행보다 크루즈 여행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디즈니는 지난 10일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첫 아시아 크루즈 여행 상품 예약을 받고 있다. 내년 12월 15일 싱가포르에서 출항할 이 크루즈선에는 6700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다. 디즈니는 최소 5년간 싱가포르에서 출항하는 크루즈 사업을 지속할 예정이며, 동남아시아에서 크루즈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