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권고·행사도 취소
본사 차원 위기대응팀 가동
국내 상황 모니터링…파장에 촉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와 6시간 만의 해제라는 초유의 사태로 외국계 IT 기업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일부 기업에선 방한 직원의 긴급 복귀를 지시하는 한편 재택근무를 권고하거나 주요 행사를 취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전시상황에 준하는 리스크로 인식하며 한국 내 사업 및 대외 활동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4일 IT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계엄령 선포 직후 방한 중이던 본사 및 해외 지사 직원들에게 귀국을 지시했다. 한국MS 직원들에게는 외출 및 오프라인 미팅을 자제하라는 공지를 내렸다. 정치적 이슈로 재택근무를 권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MS는 이날 오전 예정됐던 'AI 트랜스포메이션 위크' 행사도 전격 취소했다. 여의도에서 진행되는 행사였던 만큼 안전 문제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행사를 강행하는 대신 본사와 국내 상황을 공유하고 리스크를 점검하는 데 집중했다.
IBM은 사무실이 여의도에 위치한 점을 고려해 즉시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본사 및 한국IBM 경영진으로 구성된 위기관리팀을 가동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향후 정상 출근 여부를 논의 중이다.
SAP코리아도 본사 차원에서 위기대응팀을 꾸렸다. 이미 대부분의 직원이 재택근무 중이어서 추가 공지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상황을 주시하며 필요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고심 끝에 이날 예정된 '2024년 연말 결산 기자간담회'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김진아 메타코리아 대표는 "행사 진행 여부를 새벽까지 논의했지만, 상황이 어느 정도 종료된 것을 확인하고 행사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상계엄령이 해제됐지만 외국계 IT 기업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를 포함한 신기술 관련 행사가 잦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불안정이 사업과 대외 활동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북한과의 특수한 안보 상황 속에서 외신이 계엄령 선포라는 소식을 긴급히 타전하자 해외에서는 이를 전시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본사를 포함한 각국 사업부에서 상황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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