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인 가구 확산의 경제적 영향 평가'
"팬데믹 이후 1인 가구 소비 악화, 다가구보다 심해"
"우리 소비의 구조적 제약 요인으로 작용"
결혼에 대한 인식과 인구구조의 변화로 1인 가구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1인 가구의 경제적 형편이 다인 가구에 비해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늘고 있지만, 이들의 소비는 둔화하고 있어 향후 우리 내수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3일 'BOK 이슈노트, 최근 1인 가구 확산의 경제적 영향 평가 : 소비에 대한 영향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35.5%로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라며 "가구원 수 기준으로 가장 높고, 증가 속도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매우 빠른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1인 가구의 경제적 행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커지고 있다. 1인 가구의 소비지출 비중은 지난 10년간 빠른 속도로 늘어나 2023년 기준 전체 소비지출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1인 가구는 다인 가구에 비해 ▶소득이 낮고 ▶자산 규모가 작으며 ▶단순·임시직 비중이 커 상대적으로 경제 형편이 좋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타 선진국과 비교해보더라도 우리나라 1인 가구는 다인 가구와의 소득 격차가 더 크고 사회보장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다. 국가별 전체 가구 대비 1인 가구 균등화 소득 수준을 보면, 한국은 66%로 스페인(92.9%), 스위스(92.5%) 등 상위 국가에 크게 못 미쳤다. 청년층 1인 가구는 주거비에 대한 부담이 크고 고령층 1인 가구는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이후 1인 가구 소비 약화…전체 소비 회복에 부정적 영향
1인 가구의 평균소비 성향은 팬데믹 이후 다가구보다 더 크게 약화돼 우리 경제 전체의 소비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팬데믹 이후 가구원 수별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가처분소득) 변화를 보면 전체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2019년 0.73에서 2024년 0.70으로 3.1% 낮아지는 데 그쳤다. 반면 1인 가구는 같은 기간 0.78에서 0.74로 5.8% 감소했다. 2인 가구(-2.5%), 3인 가구(-4.3%), 4인 가구(-0.5%) 등과 비교했을 때도 큰 변화폭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재호 한은 조사총괄팀 과장은 "전체 소비지출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들 가구의 소비성향 둔화는 우리 소비의 구조적인 제약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주거비·생활물가 상승·고용충격…1인 가구에 더 큰 충격
이는 팬데믹 기간 중 ▶주거비 상승 ▶생활비 부담 증가 ▶임시·일용직 중심의 고용 충격 ▶위기에 따른 소득 충격 등의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1인 가구의 소비지출 품목에서 주거수도광열비는 2023년 기준 20.2%로 전체 가구(14.8%)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1인 가구의 주거비 지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팬데믹 이후 월세 비용 증가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소비성향을 제약했다. 생활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높은 변동성을 보인 점도 소비심리 위축에 영향을 줬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가구원 간 리스크 분담이 어렵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과장은 "1인 가구 소비성향 약화의 주요 원인을 고려할 때 내수 기반을 튼튼히 하려면 이들 가구의 주거·소득·고용 안정이 긴요해 정책 대응 측면에서 연령대별로 접근해야 한다"며 "청년층 1인 가구의 경우 높은 주거비 부담 해소를 위한 주거안정 대책이 절실하며, 고령층 1인 가구에 대해서는 열악한 소득과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빈곤 대책이 우선"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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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러나 1인 가구만을 대상으로 한 지원책은 저출생 대책과의 상충 등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영국 등 해외사례처럼 전체 취약계층을 포괄하는 정책 틀 안에서 1인 가구 문제를 균형감 있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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