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이후 매일 대통령실·서울시청 앞에서 시위
"사태 해결 데드라인 이미 지나…하루라도 빨리 끝내야"
"포장된 공약 아닌 실제 행동보고 투표해 달라"
편집자주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경북대 의대를 졸업한 산부인과 전문의다. 2018년 제34대 경기도의사회장을 맡아 7년째 이끌어 오고 있다. 올해 2월 의정갈등이 시작된 이후 120일 넘게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출퇴근길' 투쟁을 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에는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전공의, 의대생과 함께 집회를 연다.
아시아경제는 2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 마련된 경기도의사회 야외 투쟁 캠프에서 이 회장과 인터뷰를 갖고, 차기 의협 운영방안과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의정 갈등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의협 회장 선거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의정갈등 초기부터 1년간 선도적으로 투쟁을 해왔다. 매주 토요일 대한문 광장에서 의료농단 규탄 집회를 열고 있는데, 이번 주 토요일에 53회차를 맞는다. 대통령실 앞에서 진행되는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투쟁도 오늘로 124일째다. 집회뿐 아니다. 사직 전공의와 의대생을 돕기 위한 경제적·법률적 지원도 선도적으로 해왔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다. 어려운 시기에 한국 의료에 기여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매번 행동에 나섰고, 번에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해왔나?
▲우선 경제적 지원이다.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통해 체계적으로 수천 명의 사직 전공의들에게 매달 생활비 지원을 하고 있다.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규모나 실효적인 면에서 경기도의사회가 사실상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법률적 지원은 사직서 수리 소송과 근로자로서의 기본권, 스토킹 처벌법 등 논란이 터질 때마다 지원했다. 경기도 전공의뿐만 아니라 타지역 전공의들도 도움이 필요하다면 손을 내밀었다. 지원했던 전공의 중엔 서울과 강원도 등 타지에서 온 이들도 많다.
-회장 당선 시 어떤 목표와 공약을 제시할 것인지.
▲회원들은 목표와 공약에 관심을 많이 가진다.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후보들이 그간 어떤 역할과 행동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당장 어떤 공약을 제시하기보단 지난 1년 동안 어려움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했는지를 봐주시면 좋겠다. 회장이 된다면 지금까지 한 것처럼 현장에선 투쟁에 나서고, 전공의와 의대생을 챙기는 역할을 의협 차원에서 강력히 해나가겠다.
-차기 집행부에 가장 기대하는 것 중 하나는 사직 전공의들과의 협력이다. 어떻게 협력할 계획인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하겠다.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법률 지원도 확대하겠다. 소통하고 그들의 뜻을 존중하며 함께하려 한다. 2만6000명에 달하는 경기도의사회 회원들을 직접 설득해 사직 전공의들에게 지원을 시작한 바 있다. 매번 하는 투쟁도 마찬가지다. 당장 오늘도 30~40명가량의 사직 전공의가 대통령 출근길 투쟁에 함께 했다. 토요 집회 같은 경우도 전부 전공의들이 기획한다.
-대전협은 7대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이를 어떻게 보시는지.
▲이번 사태에 있어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것은 전공의와 의대생이다. 그들의 미래가 달린 문제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을 가장 존중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 7가지가 아니라 또 다른 요구를 하고 싶다면 추가할 것이고, 혹 다른 무언가는 이제 괜찮겠다고 하면 제외할 것이다. 우린 그들의 뜻을 존중하고 돕는 입장이다.
-의료계가 한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어떻게 의료계를 규합시킬 계획인가?
▲비대위가 출범하며 현재는 단일대오가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지금껏 종종 개별 목소리를 내왔던 분들도 이 사태를 해결하고 싶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회장이 되더라도 제 뜻을 내세울 생각이 없다. 비대위와 같이 대화와 설득을 통해 규합이 가능하다.
-의협 회장이 되면 대정부 스탠스는 어떻게 가져갈 건지.
▲우선 그동안 해온 것처럼 강력한 투쟁을 통해 의료 개악을 막고자 한다. 정부의 폭주 기관차 같은 일방통행은 장기화할수록 곤란하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고통이 너무 크다.
의협은 강변북로를 지나가며 보이는 의협회관 건물에 여태 현수막 하나 걸지 않았다. 우리 경기도의사회는 용산 대통령실 일대에 국민들께 우리 뜻을 알리는 현수막을 50여개 달았다. 처음엔 한 장 걸기도 어려웠다. 저도 많이 얻어맞았고, 경찰과 충돌 중 골절당한 분들도 있다. 경찰의 방해에도 43일에 걸쳐 지금 대화 중인 투쟁 텐트를 하나 설치했다. 이런 행동력을 보이고자 한다.
-의료사태 해결의 데드라인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데드라인은 이미 지났다. 이젠 하루하루가 새로운 데드라인이라 생각한다. 하루라도 빨리 끝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사직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절망하고 의업에 뜻을 잃고 있다. 이미 너무 늦어졌고, 투쟁을 통해 속히 해결에 나서야 한다.
-투쟁의 수준은 어디까지 생각하나.
▲우선 지금보다 규모를 확대하는 것을 생각한다. 경기도의사회 차원이 아니라 의협 차원에서 진행하게 되면 언론과 여론도 더 관심을 많이 가져 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끝내 개선이 없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음 투쟁을 고민하려 한다.
-수능이 이미 치러진 상황이다. 내년 의대 정원 조정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나.
▲모집을 전면 중단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 모집이 이뤄진다면 교육이 불가능하다. 제대로 교육된 의사를 길러내는 것이 의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현실적으로 이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무모한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내년에 신입생을 받는 것이 더욱 무모한 이야기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가장 빠른 것이다. 정부가 하루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
-차기 의협 회장으로서 가지는 본인의 장점과 단점은?
▲경기도의사회의 재선 회장이다. 약 2만6000명이 참여하는 직선제 선거에서 재선했다는 것은 회원들의 꾸준한 신뢰 없이는 불가능하다. 경기도의사회에 '회원 민원 고충 처리센터'도 만들었다. 의사는 보통 환자와 보건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서 민원을 받기만 한다. 아무리 억울하고 부당한 일이 있어도 잘 모르기도 하고 직접 나서기 어려워한다. 이를 해결하고자 회원들에게 각종 민원을 받아 분쟁 해결을 돕는 기구가 필요하다 생각했다.
단점은 의료계 인사들과 소통이 부족해 보이고, 과격하다는 이미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말씀드렸듯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말은?
▲의협 회원들은 지금까지 "의협 회장들은 왜 회장만 되면 달라지냐. 속았다"란 말을 많이 해왔다. 후보들의 행동이 아닌 말만 보고 투표에 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포장된 말에 넘어간다면 또 그렇게 될 것이다. 행동할 수 있는 후보는 저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회장이 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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