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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민의' 안 보이는 국회의원 회계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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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민의' 안 보이는 국회의원 회계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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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안 보여서 더 좋았겠네."


21대 국회에서 임기를 마친 한 국회의원의 정치 후원금 회계보고서에 등장한 서울 용산의 한강변 레스토랑을 찾았을 때 절로 혼잣말이 나왔다. 그 식당은 레스토랑 벽에 걸린 그림과 벽지 등 인테리어는 물론, 식기마저 고급스러웠다. 그곳에서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 풍경은 보이지 않았다.


21대 국회에서 임기를 마친 국회의원 144명의 정치 후원금 회계보고서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해당 의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입수해 취재·분석해보니 레스토랑에서 본 풍경만큼이나 '민의'가 보이지 않았다. 지지자들은 공정하고 투명한, 좋은 정치를 해달라며 한푼 두푼 모아서 국회의원을 후원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임기 종료 직전 해외 출장비용으로 수백만 원을 썼고, 간담회 명목으로 6개월간 식비를 3000만원 가까이 사용했다. 고소·고발전에 1억원을 넘게 썼으며, 동료의원·보좌직원에게 대량으로 명절 선물을 돌렸다.


어떤 목적으로 누구와 밥을 먹고 소송을 했는지, 출장은 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차입금은 누구에게 빌렸고, 누구에게 갚았는지 같은 투명성은 수입·지출 단식부기로 된 용돈기입장 같은 회계보고서에는 보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작성 기준이 없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관련 영수증, 소명 자료 등을 따로 제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서 공통으로 나온 말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썼다"는 것이었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이들의 해명치고는 공허했다. 국민은 세비와 후원금으로 활동하는 국회의원에게 윤리의식, 원칙·신뢰를 함께 원하는 것이지 법적으로 문제없기만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회계는 기본적으로 투명함을 추구해야 하므로 통일성, 신뢰성, 충분성, 비교가능성 등을 확보하는 게 원칙이다. 기업·정부 회계도 이게 기본이다. 그에 비하면 정치후원금 회계보고서는 일반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지게 써도, 내용이 부실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 그들만의 '꿀통'에 가깝다. 이마저도 신고일 6개월 내 선관위 사무실을 방문해 열람하거나,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것 외에 시민들은 볼 방법이 없다. 감시하기가 쉽지 않다.


정치 후원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본으로 돌아가 후원금을 사용할 때 국민 눈높이를 생각하고, 현재 다른 직군들이 회계를 어떻게 기록하는지 연구해 원칙과 제도 정비부터 시작해야 한다. 의원실마다 다르게 기재하는 용어를 기업이나 정부회계처럼 통일해야 한다. 또 세비의 구체적인 활용 명세를 상세하게 기재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국민과 지지자를 자신의 정치를 위해 표와 후원금을 낸 투자자로 생각하고 명세를 상시 공개한다면 후진적인 관행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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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적극적으로 동감한 대표적인 분야 가운데 하나가 '지구당 부활'이다. 원외·청년 정치인들이 후원회를 둬야 원활한 정치활동을 할 수 있고 민의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게 명분이다. 명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를 관리할 합당한 제도가 필요하다. 양당 대표는 지구당이 폐지됐던 이유가 후원금으로 대표되는 불투명한 정치자금에 대한 국민의 정치권 불신 때문이었음을 잊지 말고, 지금이라도 '민의'가 보이는 투명한 후원금 이용과 회계를 위한 제도 개선에 첫발을 떼야 한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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