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연락기 12대로 버티던 한국군
F-35 스텔스전투기 도입에 자체 생산 전투기까지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 북한군이 암호명 ‘폭풍 224’라는 작전을 앞세워 기습 남침하면서 발발한 6·25전쟁 당시 우리 공군은 초라했다. 각종의 연락업무에 사용되는 연락기 12대와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군이 개발한 AT-6 훈련기 10대가 전부였다. 반면, 북한은 전투기 132대, 훈련기·수송기 약 30대의 공군력을 보유했다. 당시 북한 공군은 5분 내지 15분 이내에 항공기 150여 대를 전 기지에서 비상 출격시킬 수 있었다.
판도를 바꾼 것은 우리 공군이 1969년 처음 도입한 ‘F-4 팬텀’전투기다. 박정희 정부 시절 미국에서 F-4D 팬텀을 들여올 당시 팬텀은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세계 최강 전투기였다. 당시 남북관계는 군사적 긴장감이 팽팽했다. 1968년 ‘무장 공비의 청와대 기습사건’과 미 정보함 ‘푸에블로’호 납북사건에 이어 삼척·울진 무장 공비 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했다.
미국의 승인으로 한국은 미국·영국·이란에 이어 네 번째로 팬텀 보유국이 됐다. 아시아에서는 최초였다. 이후 국민이 모은 성금으로 구입한 방위성금 헌납기 5기를 포함해 1989년까지 총 80대의 F-4 D(블록 26~28)를 도입해 조국 영공 방위의 최일선을 누볐다. 공군은 헌납 전투기 편대를 ‘필승 편대’라고 명명했다. 팬텀이 발사하는 팝아이 공대지미사일은 1.6m의 철근 콘크리트를 관통하는 폭파력을 보유하고 있다. ‘뽀빠이 미사일’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최대 사거리는 100㎞, 1m 이내 오차범위로 북한이 극도로 두려워하는 미사일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F-4 팬텀은 55년간 한반도 상공을 지키다 올해 4월 퇴역했다.
이후 공군은 1965년 4월 30일 F-5를 ‘자유의 투사’사업을 계기로 도입을 시작했다. 1975년까지 151대를 인수했다. 국내 방산기업인 대한항공은 KF-5 제공호 68대를 면허생산하면서 사실상 ‘K-방산’의 밑거름을 만들기도 했다. KF-5는 대한항공에서 1982년 9월부터 1986년까지 68대를 국내 생산했다.
현재 보유 대수 기준으로 보면 사실상 주력 전투기는 KF-16 전투기다. 공군은 4세대 다목적 전투기 KF-16을 160여 대 보유하고 있다. KF-16은 현재 성능 개량을 진행하고 있다. 2028년까지 130여 대 전체에 대한 개량이 완료될 예정이다.
F-4 팬텀과 KF-5와 서서히 역사에 사라지면서 하이급 주력 전투기 F-15K 61대를 미국에서 들여왔다. F-15K는 공군에서 ‘슬램 이글’이라는 이름을 명명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동북아 공군 전술기 중 가장 강력한 제공 전투기라는 평을 받았다. 공대지 공격 능력도 탁월하다. 최강의 유럽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타우러스를 탑재했고, 현재 성능개량을 계획 중이다.
충북 청주기지인 제17전투비행단에는 F-35A 스텔스 전투기가 둥지를 틀었다. 공군은 F-35A를 40대 도입했다. 우리 군은 2027년부터 F-35A 20대를 추가도 들여올 예정이다. 스텔스 기능으로 적지에 은밀히 침투해 핵과 미사일 시설, 전쟁 지휘 시설 등 핵심 표적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위력을 갖췄다.
국내 개발도 이어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초음속 고등 훈련기 ‘T-50 골든이글’이 시작이다. 이 기체를 바탕으로 T-50B 공중곡예기, 전술입문훈련기 TA-50 , 경공격기 FA-50 이 탄생했다. FA-50은 TA-50에 위협 보조 장비와 야간작전 능력, 전술데이터링크, 정밀 폭격 능력을 추가한 개념이다. 공대공·공대지미사일을 비롯해 JDAM과 지능형 확산탄(SFW) 같은 정밀유도무기 등을 최대 4.5t까지 탑재할 수 있다.
4.5세대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도 있다. KF -21 보라매다.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미티어(Meteor)와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2000 실사격에 성공하며 공대공 역량을 과시하는 등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2026년 실전 배치된다. 한국 공군 최초로 초음속 제트 전투기 F-5를 운용한 강릉의 제18전비 소속 105전투비행대대가 기종 전환해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창설부대로 운영된다.
영국의 ‘플라이트 인터내셔널(Flight International)’은 한국의 공군력을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5위로 평가하고 있다. ‘2022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공군이 운용하는 공격용 전투기는 410여 대다. 가동률 역시 매우 높다. 전 세계에서 미국이 25%, 러시아가 8%, 중국이 6%, 인도가 4%, 우리가 3%를 차지하고 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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