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기업' 손 들어준 정부…재계는 일단 안도 분위기

시계아이콘02분 20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글자크기

법 개정 대상 상장사로 한정
4가지 자본거래 행위만 적용
이사 면책 가능
재계 자시법 개정에 안도
투자자 "유턴한 법 개정" 비판

정부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 대신 자본시장법(자시법) 개정으로 크게 후퇴한 이유는 기업 활동에 제약이 생겨 '경영 위축'이 우려된다는 판단에서다. 엄중한 경제 상황에서 상법 개정 시 소송 남발(남소)이나 경영 활동 제약 등의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재계의 반발을 이기지 못한 셈이다.

적용 대상 상장사로 한정…이사 면책 가능
'기업' 손 들어준 정부…재계는 일단 안도 분위기
AD

자시법 개정 방향은 시장에서 상장사와 기업 간 갈등 사례가 잦았던 ▲합병 ▲영업 또는 자산의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 또는 포괄적 이전 ▲분할(분할합병) 4가지 행위에 대해 주주 보호 원칙을 명문화하는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절차적 성격의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절차 준수 시 거래의 적법성과 이사회 면책이 보장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는 상법상 이사회 충실 의무 대상에 회사와 주주를 병기하는 실체적 의무 규정 방식보다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상장법인이 합병 등을 할 때 현재의 기준가격 적용을 배제하고 그 가액은 주식가격,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정하게 산정한 가격으로 정하도록 법을 개정한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 비계열사 간 합병 등에 대해서는 이미 기준가격 조항을 삭제한 바 있다. 이번 법 개정을 통해 계열사 간 합병에 대해서도 가액 산정기준을 전면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대주주를 제외한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공모 신주 중 20% 범위 안에서 우선 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에는 거래소가 일반주주 보호 노력을 심사하는 기한(5년)도 삭제하기로 했다.


정부의 자시법 개정과 관련해 '주주 보호' 의미가 크게 퇴색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은 올해 1월2일 서울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이사회가 소액 주주의 이익을 책임있게 반영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상법 개정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올해 상반기 내내 상법 개정안을 추진해야 한다며 공개 석상에서 관련 발언을 수 차례 밝혔다. 그러나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자 결국 10개월 만에 상법 개정 대신 자시법 개정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규칙 중심으로 접근하는 방식인 자본시장법 개정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문자로 기업의 행위에 관해 규정하는 순간 법무법인의 도움을 받아 유사한 거래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자본시장법 내에서라도 주주 보호 원칙을 세우지 않으면 규정을 해석할 때 나침반이 없는 것과 같아, 수많은 기업 활동에서 해석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투자자는 반발…재계는 환영
'기업' 손 들어준 정부…재계는 일단 안도 분위기

투자자들과 재계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은 정부가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 선회한 데 깊은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교통법규를 준수하는데 고속도로만 법을 지키고 일반 시내 국도나 고속도로 외 지역은 교통법규를 안 지켜도 된다는 의미와 같다"며 "외국인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에 대해 더 비관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짚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도 "수십 년 동안 기업은 특혜를 받았고 소액주주는 피해를 봤다"며 "상법 개정이 되고 난 후 보안 차원에서 단서 조항을 다는 방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 반대를 위해 총력전을 펼친 재계에선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국경제인협회와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16개 주요 그룹 사장단은 지난달 9년 만에 긴급성명을 내고 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 입법 논의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를 제외한 경제 7단체가 더불어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TF를 만나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향후 외국계 헤지펀드 등의 공격에 노출되거나 개정 상법을 무기 삼아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게 주된 우려 사항이다.


이재혁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는 "일부 우려되는 면은 있지만, 일반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방향을 찾아 다행이다"며 "합리적 대안이 나올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명시한 상법을 건드리면 법인을 경시하게 되고 이는 법률 체계에 10년, 20년 후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민주당 방안은 오염수가 한강 물에 들어왔다고 한강 물을 빼버리자는 것과 같기 때문에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핀셋 접근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대안으로 마련된 자본시장법 개정 세부 규정을 두고 재계에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재계 관계자는 "물적분할 후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공모 신주 중 20% 범위에서 우선 배정하라는 부분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또한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기간 제한 없이 상장기업이 모회사 주주들에게 보호 노력을 이행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아예 우리나라에 상장하지 말고 해외에 상장하라는 것과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