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해태제과 12월1일부터 가격 인상
카카오 주산지 서아프리카 폭우·가뭄 닥쳐
코코아 시세 2000달러→9000달러 급등
지구온난화에 초코족들의 슬픔을 가눌 길이 없다. 서아프리카에 닥친 폭우와 가뭄에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 농사가 초토화하면서 시세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원재료비 부담이 커지자 롯데웰푸드에 이어 해태제과와 "올해 인상은 없다"던 오리온까지 두손 두발 들고 값을 올릴 정도다. 이제 슈퍼마켓에서는 어린이집 인기 간식 '초코송이'부터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진출한 '빼빼로'까지 가격이 오르지 않은 초코 과자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내달 1일부터 초코송이 등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6% 인상한다. 초코 과자가 대부분이다. 오리온이 가격 인상을 결정한 건 2022년 9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인상률이 가장 높은 제품은 초코송이와 비쵸비다. 모두 20% 오른다. 편의점 기준 가격별로 보면 초코송이는 1000원에서 1200원으로, 비쵸비는 3000원에서 3600원으로 인상된다. 초코샌드인 비쵸비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에 입소문이 나며 '한국 여행 필수 기념품'으로 자리잡은 제품이기도 한데, 인상 폭이 600원으로 가장 크다. 이외에 마켓오브라우니가 16년 만에 3000원에서 3300원으로 오르고, 촉촉한초코칩이 12년 만에 2400원에서 2800원이 된다.
오리온 관계자는 "카카오 등 가격이 급등한 원재료의 사용 비중이 높아 이익률이 급감한 제품이 인상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롯데웰푸드에 이어 해태제과, 오리온까지 초코 과자 가격을 '도미노 인상'하게 됐다. 앞선 5월 롯데웰푸드는 초콜릿류 건빙과 17종 가격을 평균 12% 올린 바 있다. 이에 가나마일드가 1200원에서 1400원, 빈츠가 2800원에서 3000원, 빼빼로가 1700원에서 1800원이 됐다. 해태제과 역시 내달 1일부터 초콜릿류 10종 가격을 평균 8.59% 인상한다. 홈런볼은 1700원에서 1900원, 자유시간은 1000원에서 1200원으로 비싸진다.
식품사들은 도미노 가격 인상의 배경으로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의 국제 시세 급등을 지목했다. 실제로 미국 뉴욕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를 가공한 코코아의 국제 원료 가격은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톤(t)당 2000달러대였지만, 올해 4월 1만 달러를 돌파한 뒤 현재 9000달러 수준을 기록 중이다.
코코아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은 것은 카카오 주요 산지인 서아프리카를 덮친 이상기후 때문이다.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가뭄, 병해가 극심히 나타나면서 카카오 농사가 초토화했다. 즉 이상기후가 먹거리 가격을 높이는 기후플레이션(기후+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는 뜻이다.
오리온이 "올해 가격 인상은 없다"는 이승준 대표의 말을 뒤집으면서까지 초코 과자 가격을 올린 배경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오죽했으면 출시된 지 30년이 넘은 상징성 있는 '투유' 공급 중단을 결정했겠느냐"면서 "수년간 카카오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가격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카카오 가격 인상 장기화 전망에 글로벌 기업들은 함량을 낮춘 제품 출시로 대응 중이다. 네슬레는 초콜릿 함량을 기존 대비 3분의1로 줄인 신제품을 내놨고, 허쉬는 초콜릿 코팅 제품의 초콜릿 함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코코아 가격이 뛰면서 제과업체들이 초콜릿 제품 용량이나 코코아 함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