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이슈인터뷰]"치매 걸려도 매월 50만원은 꼭 찾는다"…신탁이 지키는 노후자금

시계아이콘02분 38초 소요
뉴스듣기 글자크기

배정식 화우 자산관리센터 패밀리오피스 본부 수석전문위원

"신탁은 더이상 돈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고령화 시대에 신탁은 노후자금을 지켜주는 사회 안전망이 될 수 있습니다."


배정식 법무법인 화우 자산관리센터 패밀리오피스 본부 수석전문위원은 신탁제도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특히 치매 등으로 판단 능력이 저하된 고령자의 재산이 자녀들에 의해 임의로 처분되는 것을 막고, 본인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신탁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이었던 그는 국내 최초로 유언대용신탁을 상품화한 장본인이며, 그 외에도 다양한 신탁서비스를 출시한 신탁전문가다. 금융위에서 신탁업 제도 개선을 위한 태스트포스(TF)를 운영했을 때 참여하기도 했다. 화우는 지난 10월 배 위원을 영입하며 자산관리센터를 확대 개편하고, 시니어 시장을 겨냥한 패밀리오피스 본부도 신설했다.


우리나라에서 60세 이상이 보유한 가계금융자산 비중이 50%를 넘어선 상황에서 신탁은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배 위원은 "건강수명이 74세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그 이후 몇 년간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라며 "이때 재산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개인의 삶이 무너지고 결국 국가 재정 부담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탁을 '나만의 가상 재단'이라고 표현하면서 "가상의 재단에 내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넘겨놓고, 운용·관리·지출을 지시하는 거라 설명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는 신탁이 '자산가들의 상품' 정도로만 여겨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제는 이혼·재혼의 증가,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 구조가 바뀌며 대중화되는 단계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슈인터뷰]"치매 걸려도 매월 50만원은 꼭 찾는다"…신탁이 지키는 노후자금 배정식 화우 자산관리센터 패밀리오피스본부 전무가 21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화우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AD

-화우 자산관리센터 산하에 새로 만들어진 패밀리오피스 본부를 이끌게 됐다. 어떤 일을 하나.

▲개인과 기업을 위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순히 신탁계약서만 작성하는 게 아니라,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신탁계약을 설계하고 신탁회사와 연결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 유언장 작성부터 자산 이전, 세금납부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종합 유산정리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개인 고객들에게 노후 자산관리와 상속을 위한 유언대용신탁 설계 등 유언대용신탁에 특화된 상속플랜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순히 신탁계약서만 작성해주는 게 아니라 고객에게 가장 맞는 신탁계약을 제공할 수 있는 신탁회사와의 연결서비스도 제공한다. 패밀리오피스 본부의 유언집행자 서비스를 이용해 유언장을 작성하고, 변호사를 통한 안전하고 신속한 자산 이전과 세금납부까지 도와주는 종합 유산정리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외에도 금융기관의 신탁 비즈니스 구축을 위한 종합 자문 컨설팅 서비스를 마련한다. 신탁 비즈니스 전략 수립부터 상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 상품 판매 후 사후관리까지 모든 단계별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무를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센터 차원에서는 시니어타운 개발과 관련 비즈니스, 시니어타운 고객을 위한 상속, 증여 플랜 자문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신탁이 대중화돼야 하는 이유가 뭔가.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자산의 승계 못지않게 관리가 중요해졌다. 특히 치매 등으로 판단능력이 저하된 고령자의 재산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자녀가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부모의 통장에서 돈을 임의로 인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신탁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인가.

▲신탁을 통해 '매월 50만원은 반드시 병원비로만 지출한다'는 식의 설계가 가능하다. 또 자녀 중 누구를 지급 대리인으로 할지도 정할 수 있죠. 이런 장치를 미리 두면 노후 자금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다.


-신탁 수요를 키우는 요인에 또 뭐가 있나.

▲1인 가구 증가도 있다. 작년에 경영학 박사학위를 따기 위한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노인들의 시니어타운 입소 의향을 연구하는 작업을 했는데, 조사대상자들에게 1인 가구인지 부부 가구인지를 함께 물었다. 결과를 보니 1인 가구는 상속·후견·유산정리 등이 제대로 마무리되는지가 시니어타운 입소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더라. 혼자 살다 보니 이런 부분에 대한 불안감이 크신 거다. 우리나라 노인 셋 중 하나는 혼자 사는 1인 가구인 현실을 생각해보면, 이들을 위한 맞춤형 신탁상품 개발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더 먼저 진행된 일본은 신탁상품이 다양하다고 들었다.

▲일본은 교육자금 증여신탁, 양육지원 신탁 등 다양한 목적의 신탁상품이 있다. 이는 신탁에 대한 비과세 정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조부모가 손주 교육비 용도로 1500만엔(한화 약 1억3800만원)까지는 증여세 없이 신탁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고령층의 자산이 젊은 세대로 원활하게 이전되도록 유도하는 거다.


-금융사들의 역할도 중요하지 않을까.

▲신탁은 사회적 가치 창출과 직결된 금융상품이다. ESG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치매 노인, 장애인, 미성년자 등 금융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수단으로서 신탁의 공익적 기능을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다.


-전문가로서 지금 우리나라 신탁제도에 제언할 만한 점이 있다면,

▲신탁은 여전히 '부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세제혜택이 적용되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2억원 정도까지 신탁자산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준다면, 일반 국민들도 노후를 위한 안전장치로 신탁을 활용할 수 있을 거다. 최근 정부가 결혼·육아 지원을 위해 결혼하거나 출산하는 자녀에 대한 증여세 비과세 한도를 10년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지 않았나. 고령화 시대에 노후 준비를 위한 신탁에도 이 같은 세제혜택이 적용되면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거라 본다.



결국 제도와 인식의 변화가 동반돼야 하지 않을까. 법과 제도는 사회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바뀌어야 하고, 금융사들은 신탁의 사회적 가치를 이해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좋다. 특히 고령자 재산 보호를 위한 신탁은 이제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개인의 존엄성을 지키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