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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칼라·블루칼라도 아니다…'그린칼라' 무슨 일하지? [뉴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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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 등 친환경 에너지 늘어나자
'그린칼라' 전문직 수요도 폭발해
석유·가스 노동자 재교육해 전환

편집자주초고령화와 초저출산, 여기에 인공지능(AI)시대를 맞아 직업의 세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직장인생의 새로운 도전, 또는 인생 2막에 길을 열어주는 새로운 직업 '뉴 잡스(New Jobs)'의 세계를 알려드립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유가 불안, 인플레이션 급등, 기준금리 인상 등 수많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에너지'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해마다 해상 풍력, 태양광 패널, 전력 저장장치(ESS) 공급도 급증한다.


이에 따라 '친환경 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도 늘고 있다. 풍력 터빈이나 태양광 패널은 단순히 배치하기만 해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최고의 발전 효율을 평가할 땅을 고르고, 송전망을 비롯한 다양한 제반 인프라도 계획,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친환경 에너지 시대를 현실로 만들 기술 전문가인 '그린칼라(Green Collar)'가 강조되는 이유다.


커지기만 하는 친환경 에너지…그린칼라 수요 늘어

화이트칼라·블루칼라도 아니다…'그린칼라' 무슨 일하지? [뉴 잡스] 세계 최대의 해상 풍력 발전 단지인 영국 도거뱅크. 도거뱅크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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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그린칼라가 가장 활성화된 곳은 미국, 유럽 등 친환경 에너지 개발의 선두주자들이다. 미국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이후 텍사스, 캘리포니아 등에서 다양한 친환경 발전 투자가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IRA가 약속한 막대한 보조금 지원에 먹구름이 끼긴 했지만, 이미 승인된 프로젝트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양이다.


한편, 유럽에선 영국이 해상 풍력 르네상스를 꽃피우며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서 진척을 이루고 있다. 거친 바람이 자주 부는 북해, 도거 해협 등을 낀 영국 섬은 근해에 대형 터빈을 세워 발전량을 높이기 이상적인 입지다. 2024년 기준 약 12기가와트(GW) 이상의 해상 풍력이 영국에서 가동 중이며, 이미 세계 2위 규모다. 앞으로 추가될 터빈까지 고려하면 총 50~60GW의 어마어마한 터빈이 세워져야 한다.


해상 풍력 발전 단지는 공학적 난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100m 넘는 대형 기둥을 세울 단단한 해저 지반을 찾아야 하며, 강풍에도 끄떡없는 초대형 터빈 블레이드도 제조해야 한다. 생산된 전기를 근해에서 지상으로 끌어올 송전망 계획도 복잡성을 더한다. 이 때문에 영국 등은 일찍이 해상 풍력에 투자하면서 그린칼라 엔지니어들을 양성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였다.


그린칼라 핵심은 '재교육'…위기 처한 석유 노동자 구해라

화이트칼라·블루칼라도 아니다…'그린칼라' 무슨 일하지? [뉴 잡스] 해상 전력 케이블을 지상까지 연결해 매설하는 작업 중인 그린칼라 근로자들. 도거뱅크 홈페이지

그린칼라의 가장 큰 특징이자 핵심은 '재교육'이다. 영국의 경우, 해상 풍력 발전 시설에 종사하는 수많은 엔지니어 중 상당수가 석유·가스 산업에서 왔다고 한다. 실제 2020년 영국 정부는 석유·가스 산업 종사자 수십만명을 앞으로 10년 안에 그린칼라로 전환, 총 200만명의 고연봉 직업을 탈출하겠다며 '그린 직업 태스크포스'를 발족한 바 있다.


해상 풍력과 석유·가스는 사실 매우 흡사하다. 석유 시추 플랫폼도 바다 한가운데에 설치하며, 지반 탐색부터 지질 구조 분석에 이르는 복잡한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런 시추 전문가들은 약간의 재교육을 통해 언제든 그린칼라로 '전환'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린칼라 전환은 위기에 처한 석유·가스 산업 종사자들을 위한 기회의 창이기도 하다. 한때 영국의 에너지 안보에 기여했던 북해 유전 지대는 이미 생산성이 떨어진 지 오래이며, 이미 탐사 전문가들은 '영구적 감축(terminal decline)'을 점치고 있다. 최대 60만명에 달하는 종사자들이 그대로 실직 상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영국은 1980년대에 경쟁력을 잃은 석탄 광산을 대거 폐쇄하면서 대규모 실직 위기라는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에너지 전환과 그린칼라는 40여년 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이기도 한 셈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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