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고양이 3시간 잔혹 학대한 배달기사 재판행

일하던 배달대행업체서 키우던 고양이 학대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포획"

부산의 한 배달대행업체 사무실에서 생후 6개월 새끼고양이를 3시간 넘게 무차별 학대한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21일 부산지검 서부지청은 동물보호법위반, 재물손괴 등 혐의로 A씨를 불구속기소 했다. 배달 기사로 일하던 A씨는 지난달 6일 오전 3시부터 6시 20분까지 부산 사하구의 한 배달대행업체 사무실에서 생후 6개월 된 새끼고양이 '명숙이'를 폭행해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생후 2개월도 채 안 됐을 때 다른 배달 기사에 의해 도로에서 구조된 명숙이는 그동안 사무실에서 직원들의 돌봄을 받아왔다. 폭력 전과가 있던 A씨는 집행유예 기간에 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범행 직후 해당 업체에서 일을 그만뒀다.

고양이 명숙이를 폭행하는 장면. 동물권행동카라 제공

당시 학대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장면이 공개되자 동물단체의 가해자 엄벌 촉구 탄원서에 시민 3만5000여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CCTV 영상에는 A씨가 명숙이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거칠게 소파에 집어 던지는가 하면 사무실 바닥에 내려치는 등 폭행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측은 "명숙이는 온 힘을 다해 도망 다녔지만, A씨가 명숙이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포획했다"며 "심지어 명숙이가 좋아하던 장난감까지 이용해 숨어 있던 명숙이를 유인했다"고 지적했다. 명숙이는 수술받은 뒤 많이 회복했지만, 아래턱에 심한 부상을 입어 아직 입을 다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비는 총 400만원가량이 청구됐는데 평소 명숙이를 돌보던 배달 기사들과 업체 대표가 십시일반 모금해 마련했다. 사연을 들은 또 다른 업체 배달 기사가 매일 같이 명숙이가 입원해 있던 병원을 찾아 보살폈고 최근 입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해당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은 결국 사람도 해칠 가능성이 높다", "강력 처벌을 촉구한다", "말 못 하는 동물들도 사람과 똑같이 아프다. 사람 목숨만 생명이 아니다", "작은 생명체를 아무런 이유 없이 3시간 동안 폭행하다니", "인간이 어떻게 저렇게 잔인하냐. 동물학대는 더 엄벌해야 한다", "동물학대범은 잠재적 살인마"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