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국민 1292명 '한국경제·자본시장 인식' 조사
자본시장 선진화방안 우선과제 '세제정비'…금투세폐지 최우선
국민 10명 중 7명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실현하려면 기업 지배구조 규제보다 세제 정비부터 해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4명은 세제 중에서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부터 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들은 정치권이 법 개정 추진 중인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 지배구조 규제보다 금투세 폐지가 더 급하다고 본다는 이야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민 1292명을 대상으로 최근 진행해 14일 발표한 '한국경제와 자본시장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자본시장 선진화(밸류업) 우선추진과제로 응답자의 70.1%는 '투자 관련 세제정비'를 꼽았다. 연금수익률 제고(19.8%), 지배구조 규제강화(10.1%)보다 세제정비가 더 급하다고 답한 것이다.
투자세제 정비 중 우선과제로 '금투세 폐지'(37.1%)를 꼽은 국민이 가장 많았다. 금투세는 주식 등 금융투자로 얻은 연수익이 5000만원(해외투자는 연 250만원)을 넘는 경우 초과분에 대해 22~27.5%의 세금을 걷는 제도다. 최근 폐지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두 번째는 '장기투자주주 세제혜택 신설'(24.5%)이었다. 미국은 주식을 1년 넘게 보유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저율 분리과세한다. 한국은 보유기간에 따른 세제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한상의는 "해외입법례를 참고해 장기보유주주에 대해서는 배당소득세 등을 인하하고 분리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 확대'(22.8%)가 뒤를 이었다. ISA는 가입연령, 비과세 한도 제도 등이 영국·일본 등보다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국은 소득자 외 미성년자는 가입 대상에서 빼지만 영국·일본 등은 미성년자 가입을 허용한다. 한국은 비과세 한도를 수익 200만원 또는 400만원으로 걸어두지만 영국·일본 등은 전액 비과세한다.
밸류업 우선추진과제로 연금수익률 제고를 꼽은 국민은 19.8%였다. 퇴직연금의 경우 지난해 소득대체율(받는 돈)이 12%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치인 20~30%에 한참 못 미친다. 야당을 중심으로 법 개정 논의 중인 '지배구조 규제 강화'를 자본시장 선진화 우선추진과제로 선택한 국민은 10.1%였다.
한국경제 지속성장을 위해 중요한 업종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률은 금융산업(38.4%), 서비스업(31.5%), 제조업(30.1%) 순이었다. 한국경제와 증권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만한 지정학적 리스크로는 미국 대선(34.2%), 남북관계 경색(32.8%),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17.1%), 미중갈등(12.2%), 이스라엘-중동전쟁(3.7%) 순으로 응답했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최근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 지배구조 규제가 밸류업의 '정답'처럼 여겨지지만 국민들은 오히려 투자를 유도하는 세제·규제 정비를 더 중시하고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보다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자본시장 문제를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