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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태생인데 출생신고 불가… 4000명 넘는 외국인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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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학대, 유기 등에 노출 위험
영국·독일·일본 등은 신고 의무화
조속 입법 통한 기본권 보장 시급

# 코트디부아르 출신의 난민 신청자 A 씨 부부는 한국에서 태어난 1세, 3세, 7세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자녀들은 코트디부아르에도, 한국에도 출생 등록이 되지 않은 ‘미등록’ 아동 신세다. A 씨 부부가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어서 자녀들도 함께 한국에 머무를 수밖에 없지만 법적으로 신원을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야만 한다.


A 씨 자녀들처럼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신원 불상’ 외국인 아동이 4000명을 넘었지만 이들의 출생 등록을 위한 법안은 수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출생 미등록 아동은 법적 신원 보장이 어려워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뿐만 아니라 출생신고가 되어있지 않아 각종 보건·의료 서비스와 기초 교육을 제공받기도 어렵다. 법조에선 유엔(UN) 아동권리협약과 헌법재판소 모두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가 최소한의 기본적 권리임을 밝힌 만큼 조속히 입법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UN·헌재, ‘출생등록권리’ 기본권 명시


한국 태생인데 출생신고 불가… 4000명 넘는 외국인 아이들 법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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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가 기본권임을 천명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1991년 비준한 당사국이다. 지난해 3월 헌재는 미혼 생부의 출생신고를 사실상 허용하지 않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족관계등록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2021헌마975)에서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는 아동이 인격을 발현하고 부모와 가족 등의 보호 아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기본권”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외국인 부모가 한국에서 출산한 아동은 그 사각지대에 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만 출생신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외국인이거나 외국인 어머니가 혼외로 출생한 경우엔 ‘출생등록될 권리’가 없다.


류호연(40·변호사시험 1회)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5일 ‘외국인아동 출생등록제도’ 주제의 보고서에서 이같은 법 공백을 지적했다. 지난해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2015년~2022년까지 보호자가 외국인인 아동 4025명이 외국인등록번호 등으로 전환되지 않은 채 임시신생아번호로 남아 있다. 류 조사관은 “이런 사례가 2014년 이전에도 비슷한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면 출생신고 없이 살아가는 사람의 수는 이보다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생등록될 권리는 인류보편의 인권이므로 국적 문제 등과는 별개의 사안으로 접근해야 하는 만큼 22대 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적 보호·사회 서비스 제공 사각지대

출생 미등록 아동은 행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셈이어서 법적인 보호를 받기도 어렵다. 학대나 유기 등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높고, 교육과 보건 등 사회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정병수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아동권리본부장은 “출생 증명이 되지 않아 법적 신원이 보장되지 않은 아동은 모든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니 모든 활동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생활정보는커녕 건강검진, 영·유아 예방접종 등 기본적 보건 서비스에 대한 접근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진혜(38·4회) 이주민지원센터 친구 변호사는 “출생신고를 통해 정확한 출생일이 증명된다면 소년법 적용 등 미성년자로서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가족관계 증명도 이루어지는 만큼 문제가 생겼을 경우 부모가 직접 미성년 아동의 법정대리인으로 나서는 것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시흥시는 자체 조례 정해 지원

영국과 독일, 호주, 일본 등은 외국인 아동에 대한 출생신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영국은 1953년 제정한 ‘출생 및 사망 등록법(Births and Deaths Registration Act)’에 따라 모든 아동이 출생·사망등록담당관에 의해 출생 등록되도록 했다. 독일과 호주에서도 아동이 출생하면 부모의 국적과 상관없이 출생 신고하도록 한다. 일본은 ‘호적법’에 따라 외국 국적 아동도 일본 국적 아동과 마찬가지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한국에선 출생 등록 의무화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권인숙·소병철(66·15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국인아동출생등록 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으나 모두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지난달 4일 김남희(46·사법연수원 32기) 민주당 의원이 ‘외국인아동출생등록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 안은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사무는 대법원이 관장하며 출생등록사무의 처리 및 지원을 위해 법원행정처에 ‘외국인아동 출생등록사무소’를 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출생등록 신청 의무자를 부모로 하고, 부모가 신청하지 않을 경우 검사, 지방자치단체 등이 신청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입법이 미진하자 자율적으로 외국인 아동에 대한 출생등록 사업을 벌이는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외국인 인구 비율이 10%(2022년 기준)에 달하는 경기 시흥시는 다문화 가정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자 문제의식을 느끼고 지난해 8월 ‘출생 미등록 아동 발굴 및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 따라 관내에 거주 중인 출생 미등록 아동을 발굴해 ‘시흥아동 확인증’을 발급하고 유니세프 등 지원단체와 연계해 복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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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지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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