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40여명 모여 "동상 설치 규탄"
영남대, 개인 기부 4억원 받아 동상 제작
영남대학교 민주동문회원 40여명은 10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 박정희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 반민족 독재자 박정희 동상 설치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학은 학내외 반대 여론에도 학내 구성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기어코 박정희 동상을 설치하고 말았다"며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으며, 영남대 본부와 최외출 총장은 동상을 즉각 철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도중 대학 측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해 미신고 집회 경위를 묻기도 했다. 민주동문회원들은 경찰에 체육대회 이후 모인 졸업생들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이들이 박정희 동상을 향해 계란 4개를 던지고 밀가루를 뿌린 뒤 검은색 천막으로 동상을 덮은 뒤 주위에 둘러서서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고 보도했다. 계란을 던진 이모씨(51)는 "한국 사회에 절대 설치되면 안 되는 동상이 세워졌다"며 "다른 데도 이런 식으로 박정희 동상이 생기면 안 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오늘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되지 않은 대학 내 옥외 집회라 불법 집회"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 쪽에서 사유지 내 집회 참가자들을 내보내달라고 경찰에 신고했으며, 향후 입건 여부는 대학 측이 결정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영남대는 개교 77주년인 지난달 23일 학내 천마아너스파크 광장에 2.5m 크기의 '박정희 선생' 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동상 하단에는 '영남대학교 설립자 박정희 선생'이란 문구가 새겨졌다. 이 동상의 제작 비용은 약 4억원으로 영남대 동문 출신 개인이 전액을 기부해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대는 1947년 경주 최부자로 불리는 독립운동가 최준 선생이 선산과 집 등 재산을 기부해 설립한 '대구대학'과 1950년 세워진 전국 최초의 야간대학 '청구대학'이 통합된 대학이다. 1960년 재정난을 겪은 대구대학은 5·16군사정변 이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 회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1980년부터 학교법인 영남학원 이사와 이사장을 맡아오다가 1988년 학내 비리 사건으로 대학을 떠났다.
동상이 건립되자 영남대 총학생회와 재학생들은 크게 반발했다. 지난달 25일 영남대 총학생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설립 과정에 대학본부와 학생 간 소통이 없었으며, 학생들을 상대로 동상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반대 80%, 찬성 20%의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또 대학 생활 플랫폼 '에브리타임'에도 익명의 비판 글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부끄러운 게 사실", "따지면 학교 설립자도 아니고 학교 뺏은 사람으로 동상을 만드는 거", "개교 77주년이던데 박정희가 영남대를 설립한 건 1967년, 개교된 지 57년밖에 안 됨"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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