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는 '메스', 트럼프는 '망치'"
中, 자체 역량 강화하며 역공 전망
오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중 누가 당선되든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대립이 치열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출신 관리들과 업계 전문가, 양당 선거 캠프 관계자들은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미·중 기술 전쟁이 한층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21세기 경쟁에서 중국이 아닌 미국이 승리하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 인상을 중국의 첨단 기술 접근을 관세 인상을 통제하는 등 일종의 '만병통치약'으로 내세운다. 누가 당선되든 중국의 군사력과 인공지능(AI) 역량을 억제하기 위한 싸움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해리스 부통령은 특정 대상을 겨냥해 뾰족한 규제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직접적인 접근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양측 행정부에 가까운 소식통은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집중적이고 조직화된 방식의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상무부에서 일한 빌 레인치는 "해리스가 '메스'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트럼프는 '해머'를 쓸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의 접근 방식은 포괄적이며, 관세 인상 공약에서 가장 확실하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중국산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탑재한 커넥티드 카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규정안을 발표했다. 올해 4월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IT 기업 바이트댄스의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전 국가안보관리자였던 피터 해럴은 "우리는 데이터, 소프트웨어, 커넥티드 디바이스에 초점을 맞춘 미·중 기술 냉전의 새로운 전선이 열리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 기업이 기기 액세스 권한이나 업데이트 기능을 갖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커넥티드 카와 틱톡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더 신속하게 움직이며, 미국 정부 조치에 반발하는 동맹국을 제재하려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시 중국산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때 상무부에서 일한 나작 니카흐타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해 "대(對)중국 수출 통제 정책에 대해 훨씬 더 공격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제재 대상 기업 수를 대폭 늘리고, 미국 기술의 대중 수출 라이선스도 제한될 것으로 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화웨이를 제재 목록에 추가한 바 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칩 수입뿐 아니라 해당 칩이 포함된 특정 제품의 수입을 제한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기술 제재를 강화하면 중국은 자체 역량을 강화하면서 역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본격적인 대중 견제에 나섰지만, 이후 중국이 신산업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국을 13개 핵심 기술 영역 가운데 전기차·리튬배터리, 무인항공기(UAV), 태양광 패널, 그래핀(차세대 나노 신소재의 일종), 고속철 등 5개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로 평가했다. 중국이 글로벌 선두인 기술 영역은 2015년 '중국제조 2025' 발표 당시 3개에서 올해 5개로 늘었다. 블룸버그는 2030년엔 LNG 수송선까지 추가돼 6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동시에 핵심 광물 등을 쥐고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국가 안보 이익을 이유로 반도체 제조에 널리 사용되는 금속인 게르마늄과 갈륨 수출 제한을 도입했다. 작년 10월에는 미국이 반도체 수출 제한 규정을 강화한 지 며칠 뒤 전기 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일부 흑연 제품에 대한 새 규제를 발표했다. 올해 6월에는 군사 장비와 가전제품에 필수적인 희토류 원소에 대한 새 수출 제한도 내놓았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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